책/간결한 감상

가짜 자존감을 권하는 사회, 김태형

권열 2020. 9. 22. 15:34

  이미 이 책이 출간되기 4년 전, 김찬호씨가 『모멸감』에서 ‘모멸감’이라는 단어로 우리 사회를 적절히 진단했기 때문에, ‘가짜 자존감’이라는 단어는 이와 유사하지만 무엇이 특별할까 기대하며 책을 읽었다. 그러나 책은 제목에서 드러난 ‘사회’에 방점을 크게 두진 않았다. 오히려 부재에 해당하는 '심리학 공부'에 더 가까운 책이다. 1부와 2부는 세대 간의 갈등이 일어난 이유(부모에게 존중받지 못한 채 서열화 사회를 강제당한 청년 세대), 서열화로(직업의 위치와 돈)로 사람을 대하는 태도들을 지적하며 이를 자존감이 부족한 원인을 든다. 본래 자존감 대신 서열화 같은 ‘가짜 자존감’이 자라난 근본적인 원인으로 사회구조적 원인을 지적하지만 이를 깊이 있게 논하진 않는다. 대신, 3부와 4부에서 자존감이 부족할 때 생기는 문제(관계에서 발생하는 착취 등)와 개인적 차원에서 바꿀 수 있는 점을 설명하며 자존감을 강조한다. 즉, 구조적 측면을 서두에 지적하고 개인의 차원에서 문제를 좁혀나가 해결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심리학적 측면에서 당장 개인의 삶을 변화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괜찮은 책이 되겠지만, 근본 원인에 해당하는 구조를 얇팍하게 다룬 것과 결국 다른 책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점이 없는 것이 못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