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인간, 알베르 카뮈
<<최초의 인간>>은 알베르 카뮈의 죽음에 함께 놓인 가방 속 육필원고인, 미완성 장편소설이다. 유년 시절에서 멈춰버린 이 소설은 초고인 이유 때문인지, 그의 의도인지 이미 알려진 카뮈의 인생과 너무나 닮았다. 소설 속 주인공 자크는 중년의 나이가 되자 자신이 보지도 못한 채 현재 자신보다 어린 나이에 전사해버린 아버지에 대해 알아가고자 한다. 이는 자신의 기원을 찾는 행위인데, 그는 왜 자신의 뿌리를 찾는 것일까?
나를 나로 만들어 온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인간의 근원적인 물음 중 하나일 것이다. 보통은 가족으로부터의 영향, 주변 관계와 환경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자크는 선생님의 권유가 도움이 되었지만 어쨌든 자신의 의지로 가족 중 유일하게 교육을 받았고 그들과 다른 삶을 살아왔다. 중학교 진학 이후엔 자신은 친구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는 계급의 차이 그 이상의 것, 즉 자크가 너무나 가난했기 때문에 교육을 받는 아이들의 가정과는 필연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렇듯 다른 이들과 괴리감만 느껴오던 그가, 자신의 기원을 오랜 시간 알지 못했던 아버지로부터 찾는 행동은 수긍이 간다. 물론 카뮈가 소설의 진행으로 택한 이 물음은 더 넓은 방향과 암시로 향해 간다. 소설의 제목인 ‘최초의 인간’은 기원이 없는 자크일 수도 있고, 고아였던 아버지일 수도 있다. 또한 가난한 사람들 일수도 있고(가난한 이들은 전통이나 유산을 물려받은 것이 없다고 소설에서 언급한다), 소설은 배경인 알제리를 중요하게 다루는데, 이곳에 처음 정착한 이들 역시 ‘최초의 인간’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많은 이야기가 진행될 것을 암시한 채로 멈춰버린 소설에서 궁금증은 남기 마련이다. 자크는 자신을 괴물이라 칭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신성하게 바라보며 괴물인 자신과 대비하려 했던 것 같은데 그가 어떤 식으로 괴물이 되어버린 건지 알 수 없다. 자크가 살인을 저질렀을 수도 있고(뒷부분 노트에 언급한 바로), 설령 그 살인으로 자크가 자기를 괴물로 여기는 지도 확실치 않다(카뮈 <<이방인>>에서 살인을 다룬 점을 보아도). 혹은 카뮈 <<전락>>과 같이 개인의 윤리적 판단으로 자신을 괴물로 여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많은 것의 의문으로 남지만 유년의 이야기를 떼어 맛본 정직한 작가의 정직한 초고를 읽는 것은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