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서평

휴먼 카인드, 뤼트허르 브레흐만

권열 2022. 4. 25. 14:51


  인간의 제도와 사회정책은 ‘인간은 악하다’ 혹은 ‘인간은 이기적이다’라는 명제를 감안하여 만들어졌다. 저자는 이러한 전통적인 홉스의 주장을 반박하고, 오히려 인간은 선하다고 주장한다. 책의 구성은 인간의 악함을 증명한 여러 사회심리학적 실험을 반박하고, 악행으로 비롯한 수많은 사례를 반박하며, 동시에 선함의 증거를 제시한다. 저자는 친절하고 선한 인간을 ‘호모 퍼피’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글을 이끌어 나간다. 

  인간이 악하다고 증명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는 전쟁일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서도 실제로 전쟁에 무기를 사용한 군인의 수는 10%임을 밝힌다. 또한 아우슈비츠와 같은 비극에 관해서도 인간이 악하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호모 퍼피의 특성 중 하나인 사람들과의 친밀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 위한 동지애가 잘못된 길로 빠져든 것이라 말한다. 이는 크리스토퍼 R. 브라우닝의 <<아주 평범한 사람들>>에서도 유대인 학살이라는 잔혹한 일을 수행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동료 압력이라고 언급한 바가 있다. 또한 저자는 사회심리학적 실험으로 유명한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이 실제론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밀어붙여진 실험이므로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캐서린 제노버스의 방관자 효과에 대해서는 언론이 잘못 보도한 대표적 오류 사례임을 밝힌다. 실제로 다른 실험에서 타인이 위급상황에 빠졌을 때 90% 사람들은 타인을 돕는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렇다면 저자의 주장대로 인간이 선함에도 어째서 악행이 발생하고, 인간이 악하다는 전제하에 사회제도가 만들어지게 된 걸까? 저자에 따르면, 인류 초기의 수렵·채집 사회는 평등 사회였고,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으며 폭력성은 낮은 것으로 발굴 증거를 통해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정착과 농경사회가 시작되면서 사유재산이 증가하고, 불평등이 탄생했으며, 그로 인한 권력을 매개로 폭력성이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책의 절반 이후엔 저자는 인간이 선하다는 본성을 근거하며 세워진 다양한 사회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했는지 예시를 보여주며 앞으로도 이러한 제도들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인간이 악하다는 증거를 반박하는 것엔 구체적이지만, 인간이 선하다는 논지가 책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인간이 선에서 악으로 진행하는 과정을 농경사회와 권력자로 뭉뚱그려 설명하고 넘어간 점도 마찬가지이다. 이 때문에, 흥미롭게 읽어갈 수 있음에도 책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가 라는 가장 중요한 측면에서 저자는 뒷심을 잃어버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