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서평

진리의 발견, 마리아 포포바

권열 2022. 4. 30. 13:01

  이 책은 시대의 한계를 극복해 나간 여성들의(그리고 여성 성소수자) 이야기이다. 하지만 인물들의 인생을 단순히 나열하며 소개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들이(책에 주요 인물이 아닌 사람을 포함하여) 끊임없이 교차하는 방식으로 ‘관계성’을 강조하는 특이한 구성을 취한다. 이는 “삶이란 다른 삶과 얽힐 수밖에 없으며, 그 삶의 질문을 바깥에서 바라보아야만 인생의 핵심을 파고드는 질문에 어렴풋이나마 답을 구할 수 있다.”라는 저자의 주장에 따른 목적을 가졌다. 시대적 한계에 매번 부딪혀야만 했던 여성의 삶은 다른 여성의 삶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에 ‘연결고리’의 강조는 책이 다루는 인물들에 더할 나위 없이 들어맞는다. 

  

  책의 두 번째 강조점은 ‘genius loci’인데, 이는 한 사람이 개성을 만드는 어떤 장소의 무시할 수 없는 역할이란 뜻으로, 책은 다양한 여성들이 시대적 한계 속에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를 조명한다. 예를 들어, 케플러의 어머니는 ‘마녀’로 몰리고, 캐럴라인 허셜은 그녀가 해낸 위대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오빠 윌리엄 허셜의 서포트 역할에 충실했다. 운이 좋게도 동시대의 여성에 비해 평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었던 마리아 미첼이 시대적 여성 장벽을 허물고 얼마나 나아갈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물론 이 책은 여성만 다룬 것이 아니지만 멜빌이나 다윈은 책이 말하고자 했던 여성들을 위해 다소 도구적으로 쓰였다. 하지만 케플러의 경우 자신이 쓴 <<꿈>>이라는 책으로(지동설을 설명하기 위한 우화) 어머니를 마녀로 몰리게 했던 일은 진실을 위해 어디까지 감내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떠올리게 하고, 어떠한 미신적 해석의 여지를 남기지 않으려 <<꿈>>에 주석을 단 그의 남은 생애는 저자 마리아 포포바가 많은 부분 할애해서 다룬 몇몇 인물보다도 매력적으로 보인다. 

 

  저자가 시도한 ‘연결’의 구성 방식은 핵심인물에 대한 서사의 힘이 약하다면 꽤나 난잡한 하이퍼링크처럼 보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책의 많은 분량을 할애한 마거릿 풀러의 경우 매력적이지 않아 읽는 동안 몇 차례 덮었다. 이는 읽는 이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고, 저자의 의도적 구성에 대해선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