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의 과학, 매슈 윌리엄스
인간의 뇌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세계가 어떻게 달라져 왔든 수렵채집인이든 인류의 뇌는 생존을 위해 고안된 그대로 자신의 본분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경고와 위험이 될만한 사람과 사건에 재빠르고 민감히 반응하기 위해 손쉬운 범주를 이용한다. 이에 따라 ‘그들’과 ‘우리’의 대결이 펼쳐지고, 결국 인간의 뇌는 내집단 편향을 선택한다. 그렇지만 선호가 편견으로 작동하는 것을 넘어 혐오감을 내던질 때는 자연스러운 뇌의 작용이 아니다. 분명히 그렇게 만든 ‘원인’과 ‘유발요인’이 있다. 애초에 혐오는 시대와 장소마다 다르기 때문에 우리의 반응을 모조로 뇌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역으로 혐오를 막기 위한 노력도 학습을 무기로 우리의 뇌가 해낼 수 있는 것이다.
책은 평범한 이들이 혐오를 저지르는 원인에 대해서, 그리고 혐오에 대한 기본적 정의와 이와 연관된 과학적 실험, 뇌의 작용 등 혐오에 관해 전반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 매슈 윌리엄스는 온라인 혐오 발언과 혐오 범죄를 모니터링하는 ‘헤이트랩(HateLab)’을 이끄는 혐오 범죄 분야의 전문가이다.
책 제목에 ‘과학’이 포함되어 알 수 있듯이, ⟪혐오의 과학⟫은 혐오에 관한 실험과 혐오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이는 뇌스캔 실험을 포함한다. 그러나 혐오에 관련된 텍스트나 사진을 읽거나 보고 활성화되는 뇌의 부위를 관찰하는 실험은, 본래 이 뇌의 부위가 두려움과 위협을 감지하고 반응하기 때문이란 의견이 설득력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명백히 관여한다고 결론 내릴 수 없는 한계를 밝힌다. 오히려 혐오와 관련한 여러 실험보다 혐오 범죄에 대한 다양한 예시와 현재 극단주의가 사회적 압력을 이겨내고 온라인을 매개로 활개를 펼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부분이 더 인상 깊게 볼만하다. 특히 오늘날 개인 맞춤화된 웹 특성상 알고리즘과 필터버블이 얼마나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를 비롯해, 혐오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까지 책 한 권으로 혐오에 관한 여러 정보를 알차게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