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서평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권열 2022. 9. 10. 14:57

 

  확신에 가득 찬 사람을 보면 선망하기 마련이다. 특히나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여러 고난에 빠진 상태라면 부서지지 않는 단단함이 어디에서 오는 걸까, 확신의 마음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원하게 되는 것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저자 역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란 인물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그의 끈질긴 신념을 배우고자 했다. 그는 혼돈 속에서 질서를 붙이는 일이 마치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이란 듯이 일했고, 대지진으로 수집한 어류 표본이 깨지고 뒤엉켰을 때도 바늘과 실을 들고 물고기 피부에 이름을 붙이는 행위가 삶의 암흑기 속에 빠진 저자에게 강한 울림을 준 것이다. 그러나 삶을 향한 확고한 믿음은 과연 옳은 것이기만 할까? 책은 추리소설처럼 그의 인생을 따라가다 반전을 마주한다. 그는 어류학자에서 불임화의 합법화를 주장한 우생학자가 되었다. 갑작스러운 변신은 아니었다. 그가 물고기와 다른 생명체를 다루던 방식이었던 ‘위계’가 사람으로 확장된 일관된 논리나 다름없었다. 책은 또 한 번 반전으로 그에게 완벽한 복수를 하며 독자들에게 짜릿함을 준다. 당신이 삶을 온전히 바친 대상은 실제로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는 것. 물고기는, 어류라는 범주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이는 동시에 서늘함을 주는 결말이다. 우리의 인생과 삶에 확신을 갖고 행동한다는 것이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또 다른 모습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나 역시 저자와 비슷하게도 영웅이 있었다. 그녀는 유대인이자, 절뚝거리는 장애가 있었고, 여성인 로자 룩셈부르크다. 그녀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공격 속에서 그녀는 흔들리지 않고 당당하게 맞섰다. 그녀의 단단함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 나는 그녀를 알기 위해 평전을 읽었다. 놀랍게도 그녀가 보낸 수많은 편지글에서 그녀는 연약하고, 흔들리고, 자주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결국 흔들리며 나아가는 것이 확신을 갖는 태도보다 더 나은 삶의 태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