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피트니스 / 류은숙
흥미롭게 출발한 ‘아무튼, 시리즈’
작년부터 시작된 에세이 열풍에 나는 다소 거부감이 있었다. 몇 년 전 유행했던 힐링 서적이 유명인의 저작으로 팔렸다면, 이제는 형태만 바꾼 채 액세서리처럼 팔려나가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이는 에세이 전체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져 한동안 서점 에세이 란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무튼 시리즈’에 호기심이 간 이유는 주제에 대해 명확한 테마가 있기 때문이다. 작가마다 자신이 애착을 갖는 주제를 선정하고 글을 쓰기 때문에 내용 면에서 삶과 그 분야의 전문성이 담겨있을 거란 기대감이 들었다.
‘아무튼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아무튼, 피트니스>를 고른 건 나 역시도 수년간 헬스를 등록해도 번번이 실패한 기억들 때문이었다. 열심히 다녔던 기간에도 체중 감량이나 근육 증가의 목표를 이룬 적이 없었다. 몸이 둔해지면 헬스에 등록하고, 결국 가지 않고 반복했던 경험과 달리 저자는 피트니스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고 있을지 궁금했다. 먼저 저자는 이전엔 전혀 운동하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운동은 건강의 적신호 때문에 즉, 필요에 의해 시작했다는 점이 나와 차이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실하게 운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거나 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개인 트레이닝(PT)을 저질렀다는 말에 가까울 정도로 일단 시작해 버린 것이다.
저자는 피트니스로 인한 변화를 하나씩 소개한다. 처음으로 몸에 맞는 옷을 골라 사게 되고, 몸에 운동 감각을 새기게 되고, 어느 부위에 근육통이 오는지에 따라 운동 자세가 바른지를 파악할 수 있다는 몸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또한 학창 시절 번번이 체력장에서 밑바닥이었던 기록이 현재 오히려 운동 덕분에 잘 할 수 있게 되는 걸 발견하면서, 몸은 나이가 들어서도 퇴화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발전할 수 있음을 증명해준다. 다른 사람의 운동 이야기가 재미있기란 어렵다. 그러나 이 책은 위트 넘치는 표현 덕분에 멈추지 않고 쭉 읽어가게 한다. 가령 “개처럼 굴려요”라는 표현은 운동해본 사람이면 짐작할만한 직관적인 문장이고 바로 웃음을 자아낸다.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두 가지이다. 첫째는 운동에 관한 책이면서도 운동을 대놓고 권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운동의 장점을 과장하며 기술하지도 않는다. 그저 담백하게 자신이 한 운동과 자신의 삶에 운동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대해 담백하게 기술한다. 오히려 이런 점이 읽는 독자가 더 운동하고 싶다고 느끼게 한다. 누군가 강요하면 생기는 거부감 대신, 누군가 애정을 갖고 묵묵히 하는 모습을 관찰할 때 오히려 솔깃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둘째는 개인 트레이너의 노동환경에 관한 언급이다. 개인 트레이닝은 1:1 이기 때문에 꾸준히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함께 이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 보통은 운동하는 사람 쪽에서 그만둘 거라고 생각하지만 트레이너가 그만두게 되는 경우도 잦다고 한다. 이유는 트레이너의 노동환경이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로는 일상이고 몸을 관리해야 하니 잘 먹지 못하고 트레이너끼리 경쟁도 너무 심하고’라고 책은 언급하고 있다. 게다가 회원을 대상으로 상냥함과 친절이 의무처럼 포함되는 노동조건이기 때문에 정신적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트레이너도 노동자 임을 잊게 되는 건 왜일까. 나도 모르게 놓치고 있던 지점을 책이 일깨워주었다.
<아무튼, 피트니스>는 ‘아무튼 시리즈’를 처음 읽는 나에게 좋은 인상을 안겨준 책이다. 무엇보다 주제에 대해 깔끔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시작도 마무리도 담백하다. 무엇보다도 저자가 피트니스에 대해 접근하는 태도가 신뢰할만하고, 크게 권하지 않았으나 권한 것보다 배가 되는 영향을 받은 느낌이다. 나 역시도 책을 덮고 나서 운동하는 삶을 계획하고 있다. <아무튼, 피트니스>를 공감을 우선으로 선택했다면, 다음에 선택할 ‘아무튼 시리즈’는 전문적이고 내가 잘 모르는 주제로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