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간결한 감상
쥐, 아트 슈피겔만
권열
2020. 5. 7. 13:51
홀로코스트에 관한 여러 책을 읽어왔지만 『쥐』 는 뚜렷한 장점을 가져 돋보이는 책이었다. 작가의 자전 형식으로 그려진 만화는 모든 이의 감정을 진실한 형태로 다루고 있다.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아버지는, 살아남은 자가 살아남은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 아들은 어머니가 자살하기 전, 그녀를 퉁명스럽게 대한 자신의 태도에 죄책감을 느낀다. 또한 홀로코스트로 인해 죽은 형에 대한 열등감, 홀로코스트가 끝나고 태어난 자신이 겪지 못한 비극을 안고 살아가는 부모를 바라보는 죄책감과 거리감을 느낀다. 어머니가 죽기 전까지 쓴 일기와 메모를 태워버린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는 아들의 마음까지도, 책은 홀로코스트 이전과 과정, 이후 모두 진실하게 그려냈다. 책에서 인용한 사무엘 베케트의 말 “모든 말은 침묵과 무위에 묻은 얼룩이다.”는 그럼에도 홀로코스트를 이야기하기 위해선 최대한 진실하게 그려내는 것이 유일한 정답임을 밝힌다. 아버지의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괴상하게 행동하는 아버지의 태도(구두쇠이며, 건강에 집착하고, 모든 걸 아끼고,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만들고)를 홀로코스트의 영향으로 이해하면서도 그러지 않는 이들도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 등이 해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