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간결한 감상
철의 시대, 존 쿳시
권열
2020. 6. 22. 20:56
『철의 시대』는 『야만인을 기다리며』와 같이 쿳시 책 중에 친절한 책에 속한다. 그러나 친절함이 쉬움을 의미하진 않는다. 구성의 난해함을 제외하고, 쿳시의 대표작인 『추락』의 경우 인종적 갈등 상황에서 ‘이해할 수 없음’을 남겨두는 것과 비교하면, 『철의 시대』는 왜-무엇을 이해할 수 없는지 화자가 직접 밝힌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베키와 그의 친구들은 이렇게 소리치죠. 누구의 말이죠? 그들의 말은 아니에요.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두 여자아이도 자면서까지 그 구호를 연습하고 있을 게 틀림없어요. 안 돼! 살아야 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중략) 내가 어떻게 떳떳이, 그러한 소명에 등을 돌리라고 그들에게 고결하게 충고할 수 있죠? 입을 꼭 다물고 구석에 앉아 있는 것 말고 내게 자격 있는 일이 뭘까요?(p.209)
화자의 목소리가 직접적인 만큼 『철의 시대』는 쿳시의 윤리성을 그대로 반영한 작품이다. 아파르트헤이트의 남아공 상황, 기득권인 화자, 흑인, 그들에게 타자인 화자를 이 책 역시 반복한다. 다만 이 책에선 투쟁하는 새 시대의 젊은 흑인과 그들의 저항과 죽음을 직접 목격하는, 이전보다 조금 더 개입한 화자의 위치적 변화가 있지만, 그럼에도 ‘타자’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드러내면서 쿳시의 윤리성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