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간결한 감상

레이먼드 카버 X 고영범, 클래식 클라우드

권열 2020. 8. 19. 15:08

 

  카버의 삶과 작품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싶다면 평전을 읽는 것이 나은 선택이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을 들여 간단히 알고 싶다면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만큼 적당한 것은 없다. 

  나는 종종 철학자의 사상도 폭넓은 이해를 위해서 그가 영향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사상을 익히는 것 이외에도, 그가 특정 시대 속의 사람이기 때문에 그 시대의 역사와 그 인물의 삶을 들여다보곤 한다. 매번 평전을 참고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학의 경우 작가 본인이 작품과 거리를 두고 ‘그저 작품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신봉하는 것처럼, 나 역시 작가의 삶을 굳이 들여다보려 하진 않았다. 그러나 전에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로 읽은 피츠제럴드처럼, 카버 역시 삶과 작품이 너무나 가까운 인물이었다. 거리 두기의 장점이 무엇이든, 작가의 삶을 알고 나서 그의 작품을 다시 들여다본다면 전보다 더 몰입해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리즈는 결국 작가의 작품을 읽게 하기 위한, 다시 읽게 하기 위한 책이므로. 


  카버하면 유명한 알코올 중독에 대해 저자는 카버라는 인물의 변호 없이 적나라하게 일화들이 서술하였다(아내를 폭행했던 것, 아버지와 자신 그리고 딸에게도 알코올 중독이 이어져버린 것 등). 사이사이에 카버 소설에 등장하는 절뚝거리고 내리막으로 빠져드는 인물과 소설을 인용함으로써 삶과 소설을 더욱 일치 시켜 드러내는 듯했다. 편집자 고든 리시와의 충돌은 생각보다 자극적으로 쓰이기보단 덤덤히 서술되었다. 어쩌면 카버는 바로 다음 작품, 대성당으로 자신을 진가를 증명했기 때문에 사건은 시끄러운 소란에 크게 논쟁적이진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