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정의는 어떻게 탄생했는가>>에서 다룬 뉘른베르크 재판이 인간이(개인이) 국가를 초월한다는 첫 재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렇다면 언제 인간은 개인으로 뚜렷히 인식되었는지 궁금하여 선택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야코프 브루크하르트의 “르네상스부터 개인이 탄생되었다”라는 널리 퍼진 주장을 반박하고 개인의 발견을 중세부터 서서히 이어온 역사로 간주한다. 저자는 개인을 억눌렀을법한 기독교 종교가 실은 개인의 발견에 시작점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종교는 개인의 구원과 개인의 죄를 강조하는 등 처음부터 개인을 상대로 이야기 하는 종교였고, 종교개혁은 성직자의 중개 없이 개인의 구원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개인의 결단을 강하게 요구했다. 결국 이 과정에서 개인의 탄생은 촉발되었다. 이와 더불어 근대국가의 시작은 법을 비롯한 근대화된 제도들이 민중들을 ‘규율화’ 했고, 이는 이들이 가족이나 마을안의 자신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 ‘개인’으로 인식하게 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예를들어 근대 초기의 형벌체제와 법정제도는 단체로 체포되고 고발된 건에 대해서도 개인으로 재판하며 개인으로서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물었다. 이들은 범행동기를 말하고, 공개적인 참회를 해야했는데 그들의 인생사를 신문에서 보도하는 과정 속에 민중들은 본보기로 ‘개인의 책임’을 인식하게 되었을것이다. 또한 활자문화가 보편화 된 시기엔 개인의 이야기, 사생활, 사유, 감정을 쓰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어 ‘개인’으로 타인에게 읽히게 된다. 쓰고 읽는 과정에 ‘개인’에 대한 인식은 상호 강화를 이뤄냈고, 마침내 계몽사상과 맞물려 근대적 인간이 탄생됐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며 드는 의문점은 활자문화가 이뤄낸 결과물은 개인의 탄생 증거가 될 수 있고, 종교적 관점과 근대초기 형벌 기록은 개인의 탄생을 유추할 수 있는 거라면 중세보다 더 이전의 세계에서 개인의 시작을 찾지 못한 것은 단지 발견되지 않은 역사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우선 고대에선 개인이 어떤 방식으로 인식되었는가. ‘나’라는 사람이 공동체 안에서만 존재하는 무리로 인식 되었던건지 내가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저자의 주장보다 보다 앞선 시대에서 개인이 어떤 방식으로 인식되었는 가를 알고 구분하는 것이 나의 책읽기에 선행되었어야 했다. 그러므로 개인에 관한 다른 책을 읽어볼 계획이다.
'책 > 간결한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직 한 사람의 차지, 김금희 (0) | 2021.12.03 |
---|---|
이야기의 탄생, 윌 스토 (0) | 2021.11.27 |
철학의 태도, 아즈마 히로키 (0) | 2021.10.27 |
빈 예술을 사랑하는 영원한 중세 도시, 인성기, 살림지식총서 296 (0) | 2021.10.09 |
사상 최강의 철학 입문, 야무차 (0) | 2021.06.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