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서평49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확신에 가득 찬 사람을 보면 선망하기 마련이다. 특히나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여러 고난에 빠진 상태라면 부서지지 않는 단단함이 어디에서 오는 걸까, 확신의 마음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원하게 되는 것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저자 역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란 인물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그의 끈질긴 신념을 배우고자 했다. 그는 혼돈 속에서 질서를 붙이는 일이 마치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이란 듯이 일했고, 대지진으로 수집한 어류 표본이 깨지고 뒤엉켰을 때도 바늘과 실을 들고 물고기 피부에 이름을 붙이는 행위가 삶의 암흑기 속에 빠진 저자에게 강한 울림을 준 것이다. 그러나 삶을 향한 확고한 믿음은 과연 옳은 것이기만 할까? 책은 추리소설처럼 그의 인생을 따라가다 반전을 마주한다. 그는 어류학자에서 .. 2022. 9. 10. 혐오의 과학, 매슈 윌리엄스 인간의 뇌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세계가 어떻게 달라져 왔든 수렵채집인이든 인류의 뇌는 생존을 위해 고안된 그대로 자신의 본분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경고와 위험이 될만한 사람과 사건에 재빠르고 민감히 반응하기 위해 손쉬운 범주를 이용한다. 이에 따라 ‘그들’과 ‘우리’의 대결이 펼쳐지고, 결국 인간의 뇌는 내집단 편향을 선택한다. 그렇지만 선호가 편견으로 작동하는 것을 넘어 혐오감을 내던질 때는 자연스러운 뇌의 작용이 아니다. 분명히 그렇게 만든 ‘원인’과 ‘유발요인’이 있다. 애초에 혐오는 시대와 장소마다 다르기 때문에 우리의 반응을 모조로 뇌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역으로 혐오를 막기 위한 노력도 학습을 무기로 우리의 뇌가 해낼 수 있는 것이다. 책은 평범한 이들이 혐오를 저지르는 원인에.. 2022. 6. 8. 다빈치에서 인터넷까지, 토머스 J. 미사 스마트폰을 비롯한 기술들을 떠올리면 오늘날의 기술은 점점 더 빠르게 우리 삶을 변화시킨다고 체감하게 된다. 그렇지만 너무나 익숙해진 과거의 발명품, 예를 들어 세탁기가 가사 노동 부담을 덜어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용이하게 했다는 주장을 떠올리면, 기술은 과거부터 그 자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놀랄만한 변화를 끌어내 온 것이다. ⟪다빈치에서 인터넷까지⟫는 500년간의 기술의 변화를 거시적인 부분과 미시적인 부분 모두 놓치지 않고 다룬 좋은 책이다. 우리는 기술의 시작이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로 펼쳐져 왔으리라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르네상스 시대의 기술은 다른 모습으로 시작되었는데 귀족과 가문의 후원이었다. 이들이 원한 기술은 군사 기술에 집중되었고, 그 밖에도 자신의 위엄을 드러낼 수 있는 기술에.. 2022. 5. 31. 진리의 발견, 마리아 포포바 이 책은 시대의 한계를 극복해 나간 여성들의(그리고 여성 성소수자) 이야기이다. 하지만 인물들의 인생을 단순히 나열하며 소개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들이(책에 주요 인물이 아닌 사람을 포함하여) 끊임없이 교차하는 방식으로 ‘관계성’을 강조하는 특이한 구성을 취한다. 이는 “삶이란 다른 삶과 얽힐 수밖에 없으며, 그 삶의 질문을 바깥에서 바라보아야만 인생의 핵심을 파고드는 질문에 어렴풋이나마 답을 구할 수 있다.”라는 저자의 주장에 따른 목적을 가졌다. 시대적 한계에 매번 부딪혀야만 했던 여성의 삶은 다른 여성의 삶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에 ‘연결고리’의 강조는 책이 다루는 인물들에 더할 나위 없이 들어맞는다. 책의 두 번째 강조점은 ‘genius loci’인데, 이는 한 사람이 개성을 만드는 어떤 장.. 2022. 4. 30. 휴먼 카인드, 뤼트허르 브레흐만 인간의 제도와 사회정책은 ‘인간은 악하다’ 혹은 ‘인간은 이기적이다’라는 명제를 감안하여 만들어졌다. 저자는 이러한 전통적인 홉스의 주장을 반박하고, 오히려 인간은 선하다고 주장한다. 책의 구성은 인간의 악함을 증명한 여러 사회심리학적 실험을 반박하고, 악행으로 비롯한 수많은 사례를 반박하며, 동시에 선함의 증거를 제시한다. 저자는 친절하고 선한 인간을 ‘호모 퍼피’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글을 이끌어 나간다. 인간이 악하다고 증명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는 전쟁일 것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서도 실제로 전쟁에 무기를 사용한 군인의 수는 10%임을 밝힌다. 또한 아우슈비츠와 같은 비극에 관해서도 인간이 악하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호모 퍼피의 특성 중 하나인 사람들과의 친밀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 위한 동지.. 2022. 4. 25. 혐오와 차별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 카스 무데 전 세계적으로 우익 포퓰리즘이 강세를 띠며 주류 정치 세력이 되고 있다. 저자는 현 극우를 제4의 물결로 지칭하고, 극우의 개념과 특성, 사례를 소개한다. 저자 카스 무데는 이 전에 소개한 의 저자다. 이 포퓰리즘에 관한 이론서라면, 이 책은 최근 극우의 경향을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과거 극우는 파시즘과 전쟁의 끔찍한 결과로 전후엔 공산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세력 모두에게 적으로 간주되어 입지가 좁아졌다. 그렇다면 어째서 현재 극우는 주류화될 수 있었으며, 설령 정치적 입지를 크게 차지하지 못했을지라도 주류정당의 의제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을까? 이는 1990년대 실업과 대량이민으로 시작하여 9.11테러, 2008 금융위기, 2015 난민 위기를 거쳐 증폭된 이슬람 혐오를 극우가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들.. 2022. 4. 21. 이전 1 2 3 4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