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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쿳시2

야만인을 기다리며, 존 쿳시 이제까지 읽은 쿳시의 책 중에 가장 노골적으로 친절한 책이다. 번역자 왕은철 씨가 쿳시의 세계에 관해 쓴 글에서 그는 쿳시의 ‘타자성’을 강조했다. 쿳시의 소설은 타자의 타자성을 존중하고 결국은 닿을 수 없는 위치에 놓인 계급적 갈등을 묘사한다. 이 때문에 그의 소설이 단순히 아파르트헤이트의 배경으로만 그치지 않는 것이다. 『야만인을 기다리며』는 이를 분명히 묘사한 소설로 보인다. 소설의 시작부터 끝까지 타자를 이야기한다. 주인공이 몸 닿는 세계에선 ‘야만인’이라는 타자가 필요하다. 제국은 타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굴러간다. 제국 안의 시민은 오지 않는 ‘야만인’의 침범을 끊임없이 신경 쓰고, 잡혀 오는 그들을 강렬한 호기심으로 지켜본다. ‘야만인’은 영문도 모른 채 잡혀 와 끔찍한 고문으로 고통받고 죽는.. 2020. 3. 31.
나라의 심장부에서, 존 쿳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배경으로 한 책 『나라의 심장부에서』는 자기분열적 주인공이 등장한다. 마치 역사로부터 잊힌 땅인 농장에서 그녀는 노처녀인 채로 세 번의 다른 상황에 맞닥뜨린다. (1) 아버지와 새 아내를 도끼로 살해한다. (2) 아버지가 하인의 아내 안나와 잠자리를 갖고, 이를 못 견딘 그녀는 아버지를 총으로 쏴죽인다. (3) 아버지는 늙은 채 그녀의 수발을 받는다. 셋 중 어느 것이 진실이고 망상인지 구분하기 어렵지만, 이 책의 핵심이 되는 줄거리는 두 번째이다. 아버지와 그녀, 핸드릭, 안나는 위계가 다르다. 이곳의 삶은 그러하다. 아버지는 안나와 관계를 맺고 가해자가 된다. 마치 식민지를 침탈한 이와 닮았다. 이들의 관계와 행동은 식민지 침범의 은유로 묘사된다. 딸인 그녀는 가해자의 딸이다. 가해.. 2020. 3.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