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에 관한 책을 읽고 있어서 이와 관련해 상반된 견해의 책을 읽고 싶어 선택했다. 이전에 읽은 캐시 오닐의 ⟪대량살상 수학무기⟫는 인간의 편향적 알고리즘이 빅데이터를 무기로 불평등을 더욱 확산하는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보다 좀더 넓은 범위에서(가령 원리나 방법론적 문제든 잘못된 결과에서 비롯되든) 빅데이터의 부정적 측면을 알고 싶었다. 그러나 책날개 저자 소개에서 길게 늘어뜨린 저자의 이력과, 책에서 가장 중요한 서문에 저자가 이 책을 쓸만한 자격이 있다만을 어필하는 내용을 봤을 때부터, 이 책이 핵심 대신 중언부언한 내용이 가득할 것이란 걸 예감했다. 책엔 빅데이터가 거품이라는 주장에 대한 근거가 빈약하다. 오히려 빅데이터에 쏟아진 과도한 예산에 대한 지적, 빅데이터를 의심 없이 추앙하는 지식인의 태도, 누가 빅데이터에 대한 거품을 만들어냈는지 대상을 파악할 뿐이다. 특정 지식의 이면에 누가 이익을 보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나름 가치가 있겠지만 빅데이터가 거품이라면 그에 해당할 근거가 책의 핵심일 테고 이는 정작 충분히 논의하고 있지 않는 점이 아쉽다.
그나마 쓸만한 근거는 빅데이터가 구글의 독감 분석으로 유용성이 알려진 만큼 이에 대한 반박 증거로 데클란 버틀러Declan Butler의 ⟨When Google Got Flu Wrong⟩ 논문에서 2013년 구글 데이터가 독감의심 환자 비율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한 연구를 언급한 것은 유용했다. 이를 제외하곤 더 논의를 깊게 진행시켰으면 싶은 것들, 예를 들어 빅데이터가 아닌 스몰데이터가 가치 있다고 주장한 만큼 빅데이터와 비교해서 스몰데이터가 어떤 점에서 더 우위를 점하는지 풍부한 사례 비교 등 더 논할 수 있는 측면이 축소되고, 한 두 문장으로 요약될 현 한국사회 빅데이터 신화의 문제점을 길게 반복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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