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OK큐비드OKcupid 라는 데이트 사이트 창립자로 1000만 명의 이용 가입자 정보를 통해 빅 데이터 분석을 담았다. 이 점은 책의 장점이자 유념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데이트를 목적으로 가입한 이용자 정보는 선호하는 연령, 외모에 따른 선호도, 정보 없는 상태에서의 데이트 만족도 등등 재밌게 읽을거리를 데이터 분석을 통해 보여준다. 동시에 분석자료들이 데이트 앱이기 때문에 목적성을 가진 사이트라는 것을 전제하에 모든 분석을 바라봐야 한다. 저자는 구글 트랜드로 빅 데이터를 소개한 세스 스티븐슨 다비도위츠의 ⟪모두 거짓말을 한다⟫를 자주 인용하는데, 둘 다 읽어본 독자 입장에선 ⟪모두 거짓말을 한다⟫를 읽는 것이 빅데이터에 관한 정보를 얻기에 유용하다.
그럼에도 보통 사람의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책은 몇몇 살펴볼 만한 흥미로운 빅 데이터 분석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인종 차별에 대해 다소 익숙한 사회·구조적 원인 분석이 아닌 차별을 하는 주체에 대한 데이터를 보여준다. 상대방 호감 점수인 사용자들의 평가 점수를 통해 개개인의 ‘백인 성향’ 선호 증거를 보여준다. 심지어 OK큐피드 사용자는 거의 대부분 독신으로, 중간값 29세에, 미국 평균보다 더 도시적이며, 교육 수준이 더 높고, 진보적이며 개방적이고, 다양한 인종이 사는 대도시가 앱의 주요 시장이다. 인종적 편견이 적은 이용자임에도 불구하고 ‘백인 선호’를 나타냈다. 물론 이 사이트는 페이스북처럼 나를 아는 관계에서 벗어난, 즉 동료 압력이 없는 상황에서의 선택을 할 수 있는 특징을 갖는다. 사용자들은 사이트 내에서 ‘인종 편견을 갖는 파트너’에 대한 설문엔 거부감을 드러내지만 정작 평가 점수를 매길 땐 백인에 가장 높은 점수를, 다음으로 백인 혼혈에 점수를 높게 줬다. 이는 사회 전반의 불합리함을 떠나(물론 불함리함은 존재한다) 인종 차별은 어디에나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저자는 “대다수 사람이 어떤 세상이 옳은지 알고는 있지만, 아직 우리의 스키마는 이런 지식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p.147)”고 덧붙인다. 이는 꺼림직하지만 피할 수 없는 진실이다. 결국 인종차별을 포함한 차별과 편견 문제에서 사회·구조적 측면에만 기대는 것이 해답이 아님을, 우리의 평범한 선택과 판단이 차별을 내포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차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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