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빛난다⟫는 이 시대 모든 것이 허용되지만 그로 인해 절대 무의미에 빠지게 된 허무주의의 극복을 다룬다. 허무주의를 진단하고, 허무주의로 이르게 된 서양 고전의 역사를 살펴본 후 허무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고대 호메로스의 ‘다신주의’의 태도를 제안한다.
고대 그리스의 다신주의는 중세의 일신주의로 대체되고, 근대에 이르러 신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 후 나 자신에게 모든 선택과 책임이 주어진 세계는 과거와 달리 삶의 의미를 찾기 어려운 허무주의로 빠지게 되었다. 저자는 이 과정을 호메로스, 예수, 루터, 단테, 데카르트, 칸트, 니체 등을 통해 종교적·철학적으로 검토한다. 그가 비중 있게 다루는 인물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와 허먼 멜빌이다. 전자는 우리 시대의 허무주의를 대변하고 이를 극복하려 했던 인물로 언급하고, 후자는 그의 작품 ⟪모비딕⟫을 통해 일신주의적 태도와 저자가 제안하려 하는 ‘다신주의’의 모습을 소설 속 다양한 인물을 분석하며 해석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방안인 ‘다신주의’는 신과 동조관계에 있으며 성스러움을 느끼던 과거 호메로스의 세계처럼 오늘날에도 여러 신을 믿으라고 권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단 ‘다신주의적 태도’에 대한 설명에 가깝다. 복수하는 믿음을 흡수하고 극적 전환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공동체적 반응에 몸을 맡기길 제안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에 대한 위험성을 이미 파시즘이란 결과를 통해 알고 있다. 그러므로 저자는 덧붙여 ‘메타포이에시스’ 기술을 제안하는데, 이는 자신을 내맡기면서도 그것으로부터 위험성을 구분할 수 있는 기술을 뜻한다.
삶의 의미를 되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가 제안하는 용어가 낯설고 책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그가 친절히 덧붙인 구체적 예시를 적지 않아 어렵게 보이지만, 저자의 주장처럼 삶의 허무를 의미의 빛으로 극복할 수 있다면 이 책이 빛나는 것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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