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서평

다빈치에서 인터넷까지, 토머스 J. 미사

by 권열 2022. 5. 31.



  스마트폰을 비롯한 기술들을 떠올리면 오늘날의 기술은 점점 더 빠르게 우리 삶을 변화시킨다고 체감하게 된다. 그렇지만 너무나 익숙해진 과거의 발명품, 예를 들어 세탁기가 가사 노동 부담을 덜어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용이하게 했다는 주장을 떠올리면, 기술은 과거부터 그 자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놀랄만한 변화를 끌어내 온 것이다. ⟪다빈치에서 인터넷까지⟫는 500년간의 기술의 변화를 거시적인 부분과 미시적인 부분 모두 놓치지 않고 다룬 좋은 책이다.

  우리는 기술의 시작이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로 펼쳐져 왔으리라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르네상스 시대의 기술은 다른 모습으로 시작되었는데 귀족과 가문의 후원이었다. 이들이 원한 기술은 군사 기술에 집중되었고, 그 밖에도 자신의 위엄을 드러낼 수 있는 기술에 한정되어 있었으며 오늘날의 ‘부’를 얻기 위한 도구가 아니었다. 그리하여 기술자는 스스로 추구하는 기술적 목적이 무엇이었든 간에 궁정 기술자로서 후원의 목적에 맞게 기술을 발전시키는 방향을 가진 셈이다. 시간은 흘러 네덜란드에서 ‘부’를 목적으로 상업이 시작되었고, 영국에서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산업을 필두로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 산업이 혁명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단순히 하나의 촉발된 산업만으론 불가능하다. 산업 네트워크를 형성할만한 보조 산업들이 같이 더불어 일어나야 가능한데, 영국의 맨체스터를 예로 들어 보면 면직물이란 주산업에 맞춰 표백, 염색, 인쇄 등의 보조산업이 함께 성장하여 가능했다. 기술의 폭발적인 발전은 자본의 목적을 넘어 제국주의 시대엔 통제와 지배를 목적으로 하는 수단에 이용되기도 하였다. 냉전 시대의 경우에도 군산복합체의 결과로 만들어진 여러 혁신 기술들이(트렌지스터, 레이더, 인터넷 등) 훗날 상업화를 통해 유용하게 쓰이게 됐지만, 이들이 전쟁에 대비하여 발전시킨 기술이란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렇듯 기술은 다양한 목적과 다양한 모습으로 발달하고 변화해왔는데, 기술은 단지 수단으로만 작용하지 않았다. 국가는 기술을 발전시키는 작용 주체이지만, 동시에 그 기술로 변형된 결과물이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순환 구조 속에 사는 우리는 기술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술의 긍정적 측면 외에도 우려 섞인 측면을 살펴야 하는데, 저자는 현재의 인터넷은 거대한 한 방향으로 조직되어 보안이 위험한 상태임에도 많은 산업이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위험하고 지적한다. ⟪다빈치에서 인터넷까지⟫는 단순하게 대표적인 기술의 나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기술의 발전 방향과 이에 따라 다시 영향을 받는 시대와 전시대와의 구분되는 차이점, 그리고 사회적·문화적으로 영향을 끼친 세부적인 기술들의 예시를 살펴볼 수 있기에 책을 추천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