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인류학 관련 책은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 강의』를 본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 책이 레비스트로스 입문 책으론 좋아도 인류학의 입문서로 좋지 못한 이유는 인류학에 대해 그 시기(인류학 초기 단계) 레비스트로스의 주장만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문화인류학』은 인류학 입문서로 탁월하다. 책의 서론에 해당하는 부분만 소개하겠다. 레비스트로스 인류학 강의에서 언급한 것처럼 '인류학적 시선으로 모든 문화를 바라보는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재인식 개념을 가질 수 있는’ 인류학의 가치는 여전히 통용된다. 대신 ‘본질적’이고 ‘기본적’인 형태에 대한 열망으로 원시 사회를 연구하던 20세기 초와 달리, 20세기 후반의 인류학자들은 기존 사회학의 범주에 속했던 집단까지 대상을 넓힌다.
그렇다면 사회학과 인류학의 구별되는 특징이 필요하다. 책을 읽다 보면 인류학도 사회를 이루는 집단과 공동체에 대해 다루다 보니 사회학자들의 이론이 빈번하게 등장하여 사회학과 겹쳐진다. 그러나 연구 방법과 도구 측면에서 두 학문은 뚜렷하게 다르다. 인류학의 방법론인 ‘민족지(ethnography)’의 특성 때문이다. 민족지란 현지에 가서 참여 관찰하는 것을 말한다. 장기간에 걸쳐 긴밀히 상호작용하며 관찰하기 때문에 이 방법은 다른 학문에서 끌어낼 수 없는 지식을 끌어낼 수 있다. 경험적 맥락으로 사회적 사건의 의견과 그 ‘실체’ 사이의 불일치를 포착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족지의 특성은 인식론적 문제를 반드시 가질 수밖에 없다. 민족지는 데이터를 얻는 방법이 민족지학자에 의존하기 때문에 주관적이고, 이로 인한 주관성 문제는 극복하기 어렵다. 그러나 인류학은 보편에 벗어난 사례를 제시하는 것이 큰 의의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인식론적 한계를 갖는 인류학의 방법론은 도리어 인간 문화와 사회의 다양성을 이해하기 위한 가치 있는 도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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