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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간결한 감상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by 권열 2020. 7. 7.


  책 『희망 대신 욕망』에서 장애로 분류된 자신의 삶을 보여준 작가는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으로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논한다. ‘잘못된 삶 소송’, 즉 장애를 가진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편이 나았다는 생각으로 산부인과 의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민사소송을 모티브로 시작한 이 책은 장애인의 삶, 실존, 존엄과 차별에 관해 이야기 한다. 저자는 장애인의 삶을 개인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실격당한 삶’으로 비유하고 이에 대해 변론한다. 차별의 문제는 본래 어떤 종류의 차별이건 당사자의 존엄을 깎아내 버리곤 하지만, 장애인의 차별은 그것을 넘어선 배제의 모습을 띤다. 예를 들어, 지하철에 엘레베이터 없이 계단만 있다면 이동이 어려운 이들은 지하철을 이용할 수 없다. 장애인 화장실이 없는 건물만이 있다면 장애인은 거리가 있는 곳까지 외출하기 어려워진다. 다시 말해, 시설이 없으면 장애인은 밖으로부터 고립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리하여 장애인의 투쟁은 비장애인이 기본적으로 누리고 있어서 체감하지 못하는 당연한 것들, ‘오줌권’과 ‘이동권’에 대해 뚜렷하게 명시하고 투쟁한다. 우리를 이를 통해 그동안 장애인들이 어떻게 배제되어 왔는지 기본적 삶에 있어서 차별이 존재함을 실감한다.

  장애인이 배제되는 것은 그들이 사건의 중심에 놓일 때도 마찬가지다. 2016년 사가미하라시 사건에서(일본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외부인 우에마쓰 사토시에 의해 의도적으로 일어난 장애인 살인사건. 이 사건으로 열아홉 명의 장애인이 사망했다.) 피해자 위치에 놓인 장애인들은 다른 사건의 피해자처럼 다뤄지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개인의 서사 대신, 죽어간 장애인이라는 익명으로만 남아버린 것이다. 장애인이 복지를 받는 자리나 특정 행사의 주체가 됐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에 관해 묻기 보다는 그들이 가능한 몇 가지 행위를 그들의 보마이크를 쥐고 의견을 내는 것이 아닌, 자리에 앉아 장애인으로 존재한다. 결국 장애인은 그저 ‘장애인’이라는 기호로만 남을 뿐이다. 장애인의 삶과 존엄은 어떤 경우에서든 철저히 배제된다. 

  그리하여 저자는 기호로 박제시키는 사회 속 문제를 지적하는 동시에 장애인의 존엄을 이야기한다. 그들의 투쟁과 삶을 드러내고 수평적인 공동체를 이야기한다. 함께 동행하여 사는 삶, 서로의 삶이 존중받을 수 있는 상호작용의 무대 속 개개인의 존중을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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