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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간결한 감상

철인왕은 없다, 이한

by 권열 2020. 8. 20.


- 심의민주주의로 가는 길

  책의 주제는 뚜렷하다. 저자는 현 대의민주주의의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하고 심의민주주의라는 대안을 제시한다. 대의민주주의를 비판하기 위해서 먼저 민주주의의 정의를 살피고, 로버트 달이 제시한 규제적 이상으로서의 민주주의를 소개하며 현 민주주의를 평가한다. 또한 엘리트주의 정치와의 대조를 통해 로버트 달이 제시한 항목 중 ‘계몽된 이해’와 ‘온전한 대의’가 현 민주주의 체제에 특히 부족함을 밝힌다. 책은 본론으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대의민주주의의 한계에 대해 조목조목 따진다. 비판은 철저히 하지만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막연하거나 허술한 많은 책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심의민주주의를 제시하면서 필수 조건으로 갖춰야 할 항목에 대해 세세히 설명한다. 가령, 심의민주주의 설계를 위해 갖춰야 할 핵심제도를 나열할 뿐만 아니라(심의회 구성, 재정에 바우처 이용, 무상 배포 정치 신문, 심의회를 통한 행정입법의 통제, 바우처로 재정 지원받는 연구 단체) 이를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 갖춰야 할 지침까지도 상세히 설명한다. 

  저자는 심의민주주의를 새로운 민주주의로 제안하며 논증했을 뿐, 이에 따른 취약성이나 문제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책의 서두에 적힌 최장집 교수의 글(추천사의 글)에 적힌 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읽는 것이 필요하다. 계몽적 시민에게 과도한 도덕적, 규범적 책무를 부과하는 것 등을 교수는 지적했고, 그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들도 있을 것이다. 어떤 제도적 제안에 결함이 없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오늘날 코로나 시대 같이(큰 사건이 휘몰아치는 경우) 강한 정부가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라면 심의민주주의는 어떤 기능을 할 수 있을지, 결국 강한 정부에게 권력이 쏠리는 시점이라면 심의제는 불능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에 대해서도 추가로 생각해 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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