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국에 맞게 전염병 관련 책을 읽고 싶었다. 시중엔 전염병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으나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 아닌 전염병과 관련하여 거시적 시선으로 역사를 바라보고 싶었고, 둘째는 윌리엄 맥닐이 역사 분야의 저명한 학자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책은 1975년에 쓰였고, 이 점은 장점이자 동시에 단점이 된다.
장점을 먼저 나열하자면 지금은 유럽의 아메리카 정복에 ‘균’이 정복을 수월하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이란 걸 기본으로 알고 있지만, 이 책이 쓰인 당시엔 가설로 주장하고 있었다. 가령 균으로 인해 아메리카 원주민의 피해 추정, 즉 그들의 사망률에 대한 정보도 막 밝혀지고 있던 때였다. 역사학자들은 전염병을 우연적 산물로 취급하며 무시하곤 하는데(패턴을 발견해야 하므로) 저자는 이런 태도를 비판한다. 또한 (저자가 이 책을 쓸 당시, 혹은 여전히 일지도 모르지만) 19세기 이전에 전염병에 대해 정확히 규명해줄 통계적·임상적 자료가 거의 없고, 단편적인 상황 속에서 저자는 하나씩 가설을 풀어나가는 점이 책을 읽는 내내 흥미롭다.
그러나 이 점은 동시에 단점이 된다. 저자가 주장하는 가설이 현재 반박이 된 가설에 지나지 않는지, 혹은 현재 통용되는 학설인지에 대해 이 책 한 권으로는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근래에 출간한 전염병 관련 책을 더 읽거나 검색을 통해 알아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큰 줄기에서(수렵민으로서 인류부터 현재의 인류까지) 전염병 발생 패턴과 그로 인한 역사를 이해하기에 탁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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