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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서평

당신이 옳다, 정혜신

by 권열 2019. 12. 7.

 

다 같이 건넬 수 있는 '공감'의 무기

 


  저자 정혜신은 트라우마 현장을 직접 뛰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다. 국가폭력의 고문 피해자들을 돕기 시작한 이래로, 쌍용차 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집단 상담을 시작하며 심리치유센터 ‘와락’을 만들었다. 세월호 유가족과 민간잠수사를 치유하는 일도 했다. 그녀는 병원 안 보다 병원 밖을 선택했고 ‘거리의 치유자’로서 피해자들과 고통을 나눈다. 

  저자는 현장을 경험하면서 ‘왜 심리치유 전문가일수록 현장에서 실패하는가?’ 라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녀의 관찰 결과, 오히려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이들의 도움은 피해자들에게 도움 된다. 반면에 자격증을 지닌 전문의의 도움은 종종 피해자들에게 거부당한다. 이에 대한 저자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기존의 정신의학 전문의들은 인간의 고통과 갈등을 질병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며, 그들을 ‘사람’이 아닌 ‘환자’로 인식한다. 피해자의 슬픔과 고통을 충분히 듣기 전에 약물 처방전을 꺼낸다. 하지만 트라우마 피해자들은 자신을 환자가 아닌 고통받는 사람으로 바라봐주길 바란다.’ 이렇듯 전문의의 근본적인 태도가 현장에서 문제가 된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저자는 삶의 고통을 질병으로 간주하는 의학적 관점을 본격적으로 비판하며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그것은 적정심리학이다. 적정심리학은 실전에서 개개인에 맞춤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중심은 바로 ‘공감’이다. 저자는 자신이 현장에서 마주한 다양한 사례를 들며 어떤 식으로 공감하는 것이 옳은지 권유한다. ‘공감은 그저 들어주는 것이 아닌 정확하게 듣는 일이다 / 공감은 외형에 대한 지지가 아닌 존재 자체에 대한 주목이다 / 공감을 위해선 내가 먼저 나가떨어지지 않도록 언제나 내가 먼저다 / 사람의 감정은 항상 옳다 /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하지 말아라 / 공감은 상대와 똑같은 감정을 느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감정을 수용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 거짓 공감도 공감이다.’와 같이 독자가 ’공감’을 타인에게 취할 수 있도록 친절히 설명한다. 

  저자가 제안한 적정심리학은 환자들의 장기적인 치유를 위해 필요한 치료법으로 보인다. 우울증 진단과 약물치료의 간단한 해법이 아닌, 환자에게 지지와 존재를 북돋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문의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도 가까이에서 타인의 고통을 위로해줄 수 있는 점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시대의 병처럼 만연한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공감’과 ‘위로’만이 해결할 유일한 방법일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그럼에도 공감이 화두가 되는 이 세상에서 공감의 바른 태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고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는 것이 책의 분명한 장점이다. 무엇보다도 저자가 자기 직업군의 의학적 관점에 대해 비판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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