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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서평

승자의 뇌, 이안 로버튼슨

by 권열 2020. 4. 28.



  『승자의 뇌』 겉표지엔 ‘뇌는 승리의 쾌감을 기억한다’, ‘세계적 뇌과학자이자 신경심리학자가 들려주는 이기는 법칙!’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물론 이 책을 읽고 나면 승리의 법칙이 무엇일지 눈에 들어오긴 한다. 하지만 이를 단순한 자기계발서로 착각해선 안 된다. 책은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성공이 뇌의 화학적 상태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설명하며, 이로 인해 권력자가 부정적인 선택을 할 때 우리는 어떻게 그들을 파악하고 견제할 것인가 까지 뻗어있다. 저자 소개에 따르면, 이안 로버튼슨은 신경심리학 분야의 국제적인 권위자로, 뇌가 경험에 의해 어떻게 변화하는가 라는 주제로 폭넓은 집필을 하고 있다고 한다. 즉, 이 책의 주제가 이번엔 ‘승리로 인해 변하는 뇌’ 인 것이다. 

  저자는 승리하는 방법에 대해 언급한다. 우선 유전자에 의해 승자와 패자가 선-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증명하고, 승리를 위해선 동기가 부여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다. 하루하루 일상적 과제들을 해결하면서 작은 승리를 쌓아가는 것이 승리를 향한 길이라 말하는데, 이는 많은 습관 관련 책이나 자기계발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책은 더 나아가 승자효과winner effect를 언급한다. 예로 마이크 타이슨의 출소 후 경기를 언급하는데, 그는 토마토 통조림 깡통으로 비유되는 약한 상대들만 한동안 골라 상대한 후, 마침내 강자에게도 승리를 얻어냈다. 이는 승리를 얻으면 테스토스테론이 활성화하여 도파민으로부터 얻은 승리 쾌감이 더 자신감 있고, 더 공격적으로 변화는 효과를 연달아 이어갈 수 있게 해 중요한 경기에도 승리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는 반대로 승리를 미리 차단하게 하는 ‘유리천장’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책의 인용에 따르면, ‘어떤 낙인이 찍힌 집단의 구성원이 승자가 될 가능성은 그 사람의 뇌에 이식된 고정관념의 방해를 받는다.’라고 한다. 사회에서 성별, 인종, 계급과 관계없이 모두가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사회라면 누구든 개인의 단계적 노력으로 성취를 이뤄내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승자효과는 장점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승리는 중독성이 강하다. 뇌는 연달아 이어지는 승리때문에 화학적 상태가 달라진다. 저자는 뇌를 승리로 대표되는 권력과 관련하여 어떤 화학적 변화가 있는지 설명한다. 뇌가 강한 권력에 취해있을 때, 높은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높은 도파민이 수치는 두 가지 문제점을 발생시킨다. (1) 자기(자아)중심적이 되어 다른 사람의 관점을 들여다보기 어렵다. (2) 통제할 수 없는 복잡한 사건을 자기가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진다. 위치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의 기존 성품과 달리 권력을 가진 승자의 뇌를 갖게 되면 모두가 두 가지 문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강한 권력을 지닌 지도자가(심지어 유능하고 존경받았던 이들조차) 무모한 선택으로 수많은 희생자를 낳은 사건들을 많이 보았다. 수많은 승리로 얻어낸 강한 권력의 그들은 오히려 그 때문에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패착을 저지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승자의 뇌를 가지게 된 이들은 후에 반드시 부정적인 일을 저지르는 걸까? 이에 대해 저자는 권력욕을 두 가지로 분류한다. 하나는 P권력욕이고, 다른 하나는 S권력욕이다. P권력욕은 ‘내가 이기고, 네가 지는’ 식의 제로섬 게임을 추구한다. 오직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S권력욕은 이타적 이유에 의해 추동하는 영향력 행사에 대한 욕구로, 사회적 관계 측면에 해당한다. 저자는 사람에게는 P권력욕만 있는 경우도 있지만, 두 권력욕 모두 가지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중요한 사실은, S권력욕이 P권력욕을 길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두 권력욕을 가진 이들이 게임에서 혼자 승리를 얻어낸 일을 상상할 때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딱히 높지 않음으로 증명한다(P권력욕만 가진 이들은 단순 상상만으로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상승했다). 결국 저자는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는 두 권력욕을 모두 가진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S권력욕을 가진 이들은 이타적 선택을 할 뿐만 아니라, 승자의 뇌로 테스토스테론에 과하게 취하게 되는 상태에도 빠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책은 진정한 승자에 관해 묻는다. 앞에서 주장했다시피, 저자는 진정한 승자를 S권력욕을 가진 지도자라고 말하며 지도자의 언행을 통해 그들의 권력욕이 어떤 타입인지 파악하고 P권력욕만 있는 이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민주주의 시스템은 권력을 보다 공평하게 분배하기 위한 것이기에, 이를 통해 권력을 반드시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진정한 승자는 자신의 자아가 ‘사나운 개’임을 잊지 말고 사회적 충실성이라는 목줄을 단단히 재워야 함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며 책을 마친다. 승자가 되길 위한 이들 말고, 승리에 관한 뇌의 변화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고 싶다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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