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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서평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후루이치 노리토시

by 권열 2020. 11. 9.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라는 책을 읽고 청년세대에 관한 깊이 있은 책을 읽고 싶었다. 사회학자 후루이치 노리토시의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은 청년세대에 관해 풍부한 자료와 설득력 있는 논지가 담긴 책이다. 비록 2011년 일본에서 출판하여 오늘날 우리 사회와 약 9년의 차이가 벌어졌으나, 일본에서 선행한 특정 현상이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 유사하게 한국의 문제가 되는 일을 수없이 목도하지 않는가. 실제로 이 책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청년세대를 분석한 시각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대응하고 있는 현상들이 많다.  

  책 제목에서 유추 가능하듯이 2011년 일본의 젊은이는 행복하다. 그것도 절망의 나라에서 행복하다. 이는 통계학적 수치에서 생활 만족도, 행복 지수가 최근 40년 동안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믿음과 달리, 1980년 일본 경제성장기 최정점 시기에 젊은이들은 행복하지 않았다. 현재보다 미래가 더 나을 거란 믿음 때문에 현재를 행복하게 느끼지 못한 것이다. 시대에 따른 생활 만족도와 행복 지수의 통계를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수치가 높을 때는 역으로 불황 시기일 때가 많다. 이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리 없다. 그러므로 지금이 행복하다."로 이어진다. 결국 불황 시기일 수록 가까운 현재와 소소한 행복을 소중히 여기고 즐기는 것이다.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태도가 잘못된 것일까? 그것은 당연히 아니다. 다만 책에서 지적하듯이 이러한 '행복함'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생활기반이 썩어들어가는 뒤틀린 사회구조 속에서 이를 망각하고 만족함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절망의 상황에서 역으로 '행복함'을 느끼는 태도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젊은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소확행'이라는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란 낱말의 유행, 인스타그램에 삶을 전시하고 소비를 통한 행복에 만족을 느끼는 삶의 모습을 흔하게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삶의 배경에는 심화한 양극화로 벌어진 격차사회라는 사회구조와 어려운 취업난인 현실이 펼쳐져 있다. 그 속에서 확실히 쥘 수 있는 소소한 행복에 몰두하는 것이 젊은이들이 선택하는 삶의 지향이다. 

  저자는 왜 일본 젊은이들이 이런 사회에서 저항하기보다 자기충족적 삶을 택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분석한다. 첫째로 그들은 자신들의 삶이 침해받았을 경우는 움직임일 수 있으나 현 사회에 대해 당장 급한 문제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와 사회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참여해야 할 대상과 목표가 뚜렷하지 않아 어떤 행동도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둘째는 부모에게 기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세대의 궁핍이 문제가 되면 이에 대한 저항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사회에서 청년세대는 부모에게 기생하며 가족복지로 삶을 영위해 나가기 때문에 '지금 당장'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가족복지 없이 고령자처럼 빈곤으로 인한 자살이 일어난다면 복지 문제에서 젊은 층에 대한 비율을 높일 것이다. 그러나 가족복지가 당연시되는 일본 사회에서 중년세대와 청년세대가 같이 무너지지 않는 이상 청년 세대는 자기충족적 삶을 이어나갈 것이라 진단한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도 캥거루족이라는 신조어로 이미 익숙한 가족 내 모습이다. 

  세대론이라는 것은 단지 연령이 같다는 이유로 특정 연령의 공통된 특징을 뽑아내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는 '세대'라는 변수가 다른 수많은 변수를 간과하게 만들고, 사회 현상이 진정으로 '세대'의 문제인가? 라는 회의적 물음을 낳는다. 저자 역시도 세대론의 문제점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시대의 중심이 될 청년세대의 특징을 살펴보는 사회학적 분석은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사회구조의 문제점을 세대라는 변수의 시각에서 살펴볼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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