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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서평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다치바나 다카시

by 권열 2019. 10. 18.

  다치바나 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 
  
  장정일<<빌린 책, 산 책, 버린 책>>에서 다룬 다치바나 다카시 여러 책에 관한 서평은 다치바나의 흥미로운 독서론을 보여준다. 다치바나는 고전을 멀리하고 심지어 시간 낭비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장정일은 그의 주장에 온전히 동의하진 않지만 자신 역시 문학 작품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다치바나의 독서론은 확실히 다른 독서가와 차이가 나는데 그가 고전을 거부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치바나의 책<<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에서 그는 자신의 독서론을 밝힌다. 우선 다치바나는 독서를 독서 그 자체가 목적인 것과 활용하는 독서로 구분하고 후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고전에 대한 그의 생각은, 고전은 그 자체보다 현대에선 사람들이 토론할 수 있게 하는 ‘매개’의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고전은 과거에 완료된 지의 총체이기 때문에 ‘매개’의 역할에서 현대성을 포함하진 않는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지를 포괄하기 위해선 현대의 지식이 중요하다고 역으로 강조한다.

  하지만 과거의 저작이 과거 완료로 그치는 것일까? 세계를 역사의 축으로 조망하면 우리는 종종 유사한 패턴의 반복을 발견하곤 한다. 19세기 저작인 야코프 부르크하르트의 <세계 역사의 관찰>은 역사를 되풀이되는 것, 항상 있는 것, 전형적인 것으로 구분하며 나열한다. 그것은 현대에 이르러서도 마찬가지로 반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므로 다치바나가 고전을 과거에 완료된 것으로 정의 내려 현대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논리에는 오류가 있다. 하지만 많은 독서가가 고전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현대의  지식에 대해 중요성을 알리는 것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치바나는 일본에서 제너럴리스트로 각 전문 분야에 대해 일반인이 이해하도록 돕는 책을 저술하곤 한다. 일본 공산당 연구, 사회적 문제, 우주, 뇌 등의 과학 분야를 다루는 그의 저작은 실로 광범위하다. 그는 직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독학을 해야 하는지 실용적인 정보도 책에 담고 있다. 어떤 식으로 책을 선택하고 읽어나가는지에 대해서도 단계별로 설명하며 특히 ’실전’에 필요한 14가지 독서법을 밝히고 있다. 읽기 어려운 책을 읽는 방법에 관해서도 책의 구조물을 파악하고, 키워드를 찾아내며, 한 장의 도표로 그릴 수 있어야 하고, 단락 별로 읽어나가면 조금 더 접근이 쉬울 것이라는 등의 친절한 설명도 덧붙인다.

  이 밖에도 이 책은 다치바나가 어떤 책을 읽어왔는지에 대해 인터뷰 구성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의 서재와 작업실에 관해서도 상세히 밝히고 있다. 그의 집과 작업실 구조가 모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에 모조리 초점이 맞춰진 것이 놀라웠다. 다치바나는 누구보다도 지적 욕구가 강하고 소개되지 않는 중요한 책에 대해 정보 중심의 서평을 꾸준히 쓰며 대중들에게 책을 소개한다. 고전에 대한 중요성을 깎아내린다고 해서 그가 책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란 것을, 역으로 그가 ‘앎’과 ‘책’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쏟고 있는지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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