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요약

클림트 - 빈에서 만난 황금빛 키스의 화가, 전원경, 클래식 클라우드

by 권열 2020. 3. 16.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거장이 살았던 공간을 직접 찾아가 작품이 탄생했던 세계를 탐험하고, 그 세계와 작가를 새롭게 조망한다는 목표를 가진 책이다. 내가 읽은 책은 시리즈 중 3번째인 클림트이다. 

  책의 특성상 읽어가며 '공간'을 유념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클림트의 집, 그의 작품이 인정 받은 부르크 극장, 그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벨베데레 미술관, 영감을 받은 장소인 라벤나 등을 방문하며 클림트의 생애와 업적, 그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클림트가 살던 빈이라는 공간은 무척 중요하다. 합스부르크 제국 하에 있던 세기말 빈은 쇠락과 종말을 향해 가고 있었다. 주변 유럽 국가들이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격변의 시기를 보내는 동안 여러 민족이 하나로 뭉쳐진 합스부르크 제국은 민족주의를 억누르기 위해 시민을 검열, 감시 하면서 동시에 그들에게 예술의 향유에 몰두할 수 있도록 빈 필하모닉, 부르크 극장이 활기를 띠고 바로크 스타일 건물을 짓는 등의 시대착오적이자 호화로운 분위기를 형성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클림트가 빈의 유명 화가였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클림트는 당시 링슈트라세 거리에 고답적인 신축물들을 짓던 도시계획 속에 기회를 얻어 부르크 극장 천장화를 그리게 되었다. 즉, 그는 '장식'으로 프로 예술가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가 그린 천장화는 긍정적인 평을 얻어 계속해서 공공미술의 청탁을 받아 일을 하였다. 
  

  이미 천장화로 유명세를 얻던 그는 아버지와 동생의 연달아 이어진 사망에 힘든 시간을 보낸 후 새로운 예술을 향한 혁신의 첫 걸음을 시작했다. 과거 지향적이고 폐세적인 빈 예술에 반기를 드는 빈분리파인 새 조직을 창궐하였고 클림트는 핵심 멤버였다. 클림트에게 큰 사건이 있다면 빈 대학 천장화 스캔들이다. 전처럼 클림트는 빈 대학의 천장화를 의뢰 받았으나 그가 그릴 법학, 의학, 철학 스케치에서 학문의 위대함은 커녕 도리어 학문의 한계를 꼬집는 듯한 그림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렸고 이 일은 큰 논란이 되었다. 대중 뿐 아니라 평론가들도 그의 그림이 추하다고 비평했고, 에로틱 하다는 면에서 비판한 자도 있으나 일부는 그림이 인간의 한계와 학문의 한계를 표현해냈다는 사실을 깨닫고 학문에 종사하는자로서 반대하는 이도 있었다. 클림트는 이 이후 공공건물을 위한 청탁을 다신 받지 않았다. 대신 그의 스타일은 더 발전해 나갔고 <베토펜 프리체>, <키스>, <유디트>,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에서 그의 본격 황금시대를 열었다. 
  

  그의 과도기에 영감이 된 원천은 그가 떠난 이탈리아 여행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탈리아 여행은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며 대개는 르네상스와 바로크시대의 대가를 보지만 클림트는 더 이전 시대인 비잔티움 제국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프레스코 기법인 모자이크, 황금의 신비, 평면과 장식성에 감명 받은 이후 1910년 <유디트>의 배경에 금을 얇게 펴 바른 금박 기법을 사용하기 시작한 후 황금장식은 그의 예술의 스타일이 되었다. <키스> 라는 작품으로 절정에 달한 클림트의 작품은 이후 쇠락의 기조를 보이기 시작한다. 클림트 역시 새로운 전환을 위해 황금을 버리고 대신 색채성을 이용한 그림들을 그리기 시작했으나 장식만은 그에게 끝까지 남은 스타일이었다. 그가 사망 하기 전 그에겐 없는 예리함과 절망을 표현하는 에곤 쉴레가 등장했고, 거치고 노골적인 성을 보여주는 코코슈카가 등장했다. 클림트는 일본 판화를 공부하며 우키요에, 기모노, 노의 가면, 중국 도자기 등에 매료되면서 새로운 영감을 찾으려 노력했지만 합스부르크 제국의 마지막을 어쩌면 행운스럽게 보지 못한 채로 죽음을 맞이 하였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중에 이 책은 여행의 느낌보다 장소에 해당하는 클림트의 생애와 작품이 중요하기 때문에 빈에 방문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흥미있게 읽어갈 수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