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학>은 과학철학 입문서로 과학의 근거, 과학적 방법, 과학의 목적 등 과학철학에 대한 정의와 주요 화두를 다룬다. 과학적 추론에 해당하는 연역과 귀납의 문제, 과학적 설명은 무엇인가, 과학의 목적에 따라 나뉘는 실재론과 반실재론을 살핀다. 과학철학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친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 이론’은 중요한 만큼 한 챕터에 할애하여 설명한다.
<과학철학>은 과학의 정의와 과학철학의 정의로 시작한다. 과학철학은 ‘어떤 것을 과학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에 답하기 위해 존재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과학철학의 주요 과제는 실험, 관찰, 이론, 정립과 같이 과학자들이 과학적 관행으로 여겨 논의하지 않는 탐구 방법을 분석한다. 이를 위해서 과학혁명으로 시작된 과학사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인다.
과학 탐구 방법은 과학적 추론으로, 크게 연역과 귀납으로 나뉜다. 이때 과학철학의 논쟁은 귀납에 있다. 전제가 참이면 결론이 참인 논리성을 갖춘 연역에 비해, 귀납은 ‘귀납의 결과는 정당화될 수 있는가?’란 문제를 갖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흄은 귀납의 문제를 지적하여 과학철학에 강력한 영향을 끼쳤다. 흄의 논지는 다음과 같다. 귀납의 신뢰는 ‘자연의 균일성’을 전제로 하는데 균일하지 않은 자연을 떠올리긴 쉽기 때문에 귀납추론으로 얻는 결과는 ‘참’이라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흄의 귀납 문제에 대한 해결로 ‘최선의 설명으로의 추론’, ‘인과적 추론’, 확률과 과학적 추론인 ‘베이즈주의’ 등이 있지만 이들이 ‘귀납이 객관적 근거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명백히 해결해주진 못한다.
책은 이어 ‘과학에서 설명이란 무엇인지’ 과학적 설명을 살펴본다. 헴펠의 포괄 법칙 모형은 이에 해당하는 이론이다. 포괄 법칙은 설명할 현상에 대해 기존의 보편 법칙들을 이용하여 연역 논증으로 증명한다. 하지만 포괄 법칙은 논리상 설명과 예측이 구조적 대칭이기 때문에, 대칭의 문제와 무관련성의 문제에 빠지고 만다. ‘인과성’ 설명은 포괄 법칙의 문제를 해결하지만, 원인이 아닌 설명에 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 또한 책은 설명 환원주의 문제도 짚고 간다. 현재 여러 분과로 나뉜 과학은 근본이론인 물리학으로 모든 설명이 환원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답은 복수로 실현되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고 증명한다.
과학은 궁극적 목표에 따라 실재론과 반실재론으로 나뉜다. 실재론자는 과학이 세계를 참되게 묘사하는 목표를 가진다고 주장하고, 반실재론자는 과학은 경험적으로 적절한 실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이론을 찾는다고 주장하여 반실재론을 다른 말로 도구주의라고 부른다. 두 입장은 관찰 가능한 것/관찰 불가능한 것에 대해서 입장 차이가 있다. 실재론은 둘의 차이가 없고 관찰 불가능한 것에 대해서도 과학적 실험과 지식을 얻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반실재론은 이 둘의 차이가 있어 관찰 불가능한 것으론 지식을 얻을 수 없다고 말한다. 실재론은 기적불가 논증으로, 반실재론은 과소결정 논증으로 각자의 입장을 팽팽히 논변한다.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 이론은 과학철학에 여러 논쟁을 불 지피고 탈바꿈시켰다. 새로운 과학의 격변 시기에 주목하며 이 시기를 기존 정상과학을 전복시키는 패러다임이란 이론을 주장하고, 각 패러다임은 상대적임을 주장한다. 이에 대한 근거는 두 가지이다. 첫째, 패러다임은 서로 공약 불가능하다. 둘째, 이론 중립성은 환상이므로 객관적 진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쿤의 상대주의 명제는 그것이 참인가? 하는 질문에 명제 자체에 모순이 생겨 한계를 가진다. 여러 논쟁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쿤이 과학철학에 관해 논쟁을 불 짚었다는 것, 과학사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것, 과학의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는(패러다임의 정의에 과학자 공동체, 구성원들의 압력이 포함된다) 등의 지적은 기존 과학철학과 다르게 획기적이었다.
<과학철학>은 과학철학이 무엇인지 과학적 방법과 과학적 인식에 대한 철학적 탐구의 주된 내용을 고루 다룬다. 다만 과학철학자들의 주장과 증명 방식에 대해선 치고받는 논쟁들이 겹겹이 진행 중이고 여러 이론이 존재함에도 입문서 특성상 소개 형식이라 이에 대해 간단히만 살펴본 셈이다. 결국 책 뒤에 소개된 참고 문헌들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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