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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서평

팩트풀니스, 한스 로슬링

by 권열 2020. 3. 17.



  2020년 3월 요즘 현 상황을 데이터에 기반해 파악하기 어렵다. 가짜뉴스 때문만은 아니다. 전염병 불안과 공포 상황에서 사람은 상황을 수치에 기반해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심적 공포와 불안은 데이터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팩트풀니스>의 주장이라면 현 상황을 다른 식으로 접근했을지도 모른다.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19가 유의미한 데이터로 산출될 수 있을 때, 이전 판데믹pandemic에 포함된 전염병, 예를 들어 20세기 초 스페인 독감, 2009년 신종플루 등을 시대상의 변수를 제외하고 비교 가능한 수치로 비교할 것이다. 지금의 암울한 상황과 다르게 데이터 비교로 낙관적인 결과를 얻어낼지도 모를 일이다.  

  <팩트풀니스>의 주장은 간단하다.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이다. 저자는 ‘사실충실성Factfulness’ 이라는 새 언어를 명명한다. 이때 사실이 가리키는 것은 ‘데이터’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내재적 본능은 세계를 오해하고, 저자는 본능이 아닌 데이터에 근거해 ‘사실충실성’으로 세계를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본능이 불러일으키는 오해에 대해 세부적인 열 가지 분류를 하고 있지만, 이는 대부분 중복되며, 이들은 간단히 데이터를 잘 읽는 방법으로 환원된다. 

  책의 장점에 대해 말해보자. 사실충실성이라는 새로운 접근은 왜 필요할까? 간단하다. 많은 오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현시대를 비관적으로 보는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고, 제대로 파악해야 제대로된 정책을 수행할 수 있으며, 미래의 사업적 타겟을 제대로 파악해야만 이익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장점은 책의 열 가지 분류법이 과하게 늘어져 있는 편이지만 이는 역으로 풍부한 예시를 포함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그만큼 쉽고 친절한 책이다.  

  하지만 <팩트풀니스>는 동시에 불친절한 책이다. 사실에 근거한 기반이 ‘데이터’이나, 정작 ‘데이터’는 세상이 낙관적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만 존재할 뿐 그 이외의 해석을 말해주지 않는다. 데이터는 나열일 뿐, 여러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는 분석 검증도, 데이터 이면에 볼 수 있는 다른 요인을 모조리 생략함으로써 저자의 주장에 따라 명확하고 간단해 보인다. 현재 빅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오늘날에 이르러서 경계해야 할 점 중 하나는 데이터 만능주의이다. <대량살상 수학무기>(캐시 오닐, 흐름출판, 2017)에서 저자는 객관적으로 보이는 데이터 알고리즘도 개발자의 목표와 이념이 코드화된 결과물이기 때문에 늘 견제하여 데이터를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고려하면 <팩트풀니스는>의 주장과 근거의 설득력 고리는 다소 얄팍하다. 

  또한 이 책을 통해 거시적 측면에서 세상은 더 나아지고 있다는 시각을 가질 순 있으나 여전히 ‘사실충실성’시각으로는 동시대적으로 발생하는 사건들에 관해선 설명 불가능하다. 극단적 예를 들어보자. 역사 속 큰 사건들, 고대 그리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부터 20세기 초 ‘제1차 세계대전’까지 이들 전쟁이 일어난 시점 이전엔 진보와 부의 확장성에 대한 확신이 가득 찬 세상이었고, 전쟁은 모든 것을 무너뜨린 큰 사건이었다. 물론 이는 반복하지 말아야 할 강한 교훈을 주어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평화로운 시대도 여전히 제3차 세계대전에 대해 과하게 걱정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쟁이 일어날 예측을 데이터로 증명해 줄 수 있는가? 여러 요인을 분석하여 하나의 가설을 만드는 건 가능하나 '사실'로 입증하긴 어려울 것이다. 결국 데이터에 기반하여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반대편엔 말해줄 수 없는 역사의 큰 줄기가 존재한다. 데이터를 근거로 해 붙은 낱말 '사실'이라는 정의는 때때로 얼마나 불안정한가? 이는 '사실충실성'이란 명명 그 자체가 자기 자신의 근거를 잃고 마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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