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디(Nobody)의 ‘평균’에서 왜 ‘나’를 찾고 있나요?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연간독서량은 8.3권이다. 이 데이터를 보면 당신은 무슨 생각이 드는가? 자신의 1년 치 독서 목록을 떠올리며 안도하는가? 8.3권이라는 자료 자체에 의문을 품는가? 사실 ‘성인 40% 1년에 책 1권도 안 읽어’ 라는 세부 데이터가 있어야 성인 독서량을 더욱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읽는 사람은 더 읽고, 읽지 않는 사람은 읽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8.3권이라는 평균은 유의미한 데이터일까?
저자는 평균이 단지 유의미한 통계가 아니라는 정도를 넘어서 당연한 진리로 여겨온 평균에 대한 허상을 지적한다. 책은 미국 공군 조종사의 사고율을 줄이기 위해 신체 치수를 재는 것으로 시작한다. 조종석 설계에 평균 치수를 맞췄지만, 여전히 사고는 줄어들지 않았고 이에 대해 대니얼스가 발견한 사실은 놀라웠다. 조종사 4,063명 중 평균치에 해당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을. 결국 평균적인 사람은 아무도 없고, 평균은 허상이라는 것을.
평균의 데이터가 허상이든 아니든 우리는 끊임없이 평균을 의식한다. 평균은 단지 데이터로 그치지 않는다. 하나의 기준이 되어 타인들의 삶과 나를 비교하게 하고 초조함을 느끼는 건 언제나 뒤따르는 부록이다. 모든 평균 데이터는 삶을 한 방향으로 떠오르게 한다. 평균 연봉, 평균 결혼 적정기, 평균 수명, 평균 연애 횟수 등등. 나는 평균에서 무엇이 부족한가, 나는 어떤 측면에서 평균보다 뛰어난가. ‘평균의 늪’은 수치 비교로 끝나지 않는다. 삶의 곳곳에 침투하여 한시라도 내버려 두지 않는다. 이는 놀랍게도 우리가 평균 시스템 속에서 길러졌기 때문이다.
평균은 천문학자 케틀레가 천문학적 방식을 사회과학에 도입하면서부터 시작하였다. 천문학자의 과학적 방법이란 다음과 같다. 관찰자1부터 관찰자5인 다섯 명이 관찰한 결과가 있다. 이를 평균 내면 한 관찰자의 결과보다 사실에 근접하리라 판단한다. 케틀레는 ‘평균의 방법’을 19세기 처음 쏟아진 사회과학적 데이터에 도입하여 모든 데이터에 평균을 내고, 평균치를 이상적인 것으로 해석했다. 이후 골턴은 케틀레의 평균 개념을 뒤틀어 평균 이상을 우월하게, 평균 이하를 저능하게 라는 새로운 해석을 더했다.
평균은 산업화 시대에 본격적으로 공장에 도입되었다. 노동자들이 처리할 수 있는 일을 분업으로 쪼개 평균 시간을 측정하고 이에 기반해 시스템을 시작했다. 노동자들은 평균적인 일을 할 수 있는 평균적인 사람들로 걸러져 고용 당했다. 산업화 시대에 걸맞은 최대의 효율성은 평균주의와 맞물려 성장한 것이다. 평균의 효과는 곧바로 산업을 넘어 교육으로 이어졌다. 표준화 커리큘럼으로 동등한 교육이 주어지고, 평균 점수 상·하위로 계층이 더해졌다.
물론 저자는 평균으로 얻은 효과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 평균은 효율적이었다. 평균은 효율을 추구하던 시대에 잘 맞아떨어졌다. 평균의 효율은 가파른 경제성장으로 많은 이들을 빈곤에서 구했고, 교육 표준화 덕분에 많은 아이가 교육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효율은 언제나 대가를 치르게 한다. 평균 때문에 인간 개개인성은 모조리 무시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저자의 주장대로 평균을 버려야 한다면? “그렇다면 혼란을 주자는 겁니까? 그렇다면 뭘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까?”라는 반발에 대해 저자는 대안을 제시한다. 개개인을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인 ‘개개인학’을 말이다.
개개인학은 종합 후 분석하는 평균 시스템과 달리, 분석 후 종합하는 접근법을 취한다. 사람 개개인의 재능은 들쭉날쭉하다는 원칙, 사람 각자가 지닌 특성은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맥락에 따라 다르다는 맥락의 원칙, 하나의 목표에 다다르는 경로는 다양하며 각 경로 모두 동등하다는 경로의 원칙을 근거로 한다. 이들은 평균의 접근으론 도저히 얻을 수 없는 개개인성이다. 저자는 개개인학을 이용한 실 예시를 기업 고용부터 교육까지 들며 주장에 설득력을 높인다.
현재 우리가 사는 소비 세상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진작 개인 맞춤 시스템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를 다루는 시스템, 특히 교육과 고용 부분이 여전히 ‘평균’ 세상에 머물러 있는 것은 문제다. 저자의 주장대로 이제는 평균에 종말을 찍고 개개인 맞춤 길로 향해야 한다. <평균의 종말>은 평균 시스템에 대해 문제 제기론 훌륭하지만, 대안으로 소개하는 개개인학은 개인이 활용할 점을 다루지 않아 다소 아쉽다. 그러나 토드 로즈의 또 다른 저작 <다크호스>는 이를 주제로 하여, 자신만의 맞춤 길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다양한 ‘다크호스’ 사례로 소개한다. 더는 아무것도 대변할 수 없는 평균에서 벗어나 시선을 이젠 ‘나’에게 돌릴 때다. 두 책을 같이 이어 읽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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