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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간결한 감상

번역가 모모씨의 일일, 노승영, 박산호

by 권열 2021. 2. 5.

  최근에 읽고 있는 책의 번역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엠 대시를 저자가 자주 쓰는 버릇이 있나 본대, 번역가가 이를 그대로 살린 번역을 했다. 다섯 줄 문장에 엠 대시 쌍이 두 쌍 이상(총 네 개) 넘어갈 땐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가도 페이지마다 널린 엠 대시 덕분에 익숙해진다. 그러다가도 다시 괴롭다. 

 

  사실 번역이라는 게 그렇다. 국내 부족한 학술번역을 떠올리면 해주는 일이 고마울 따름이다. 그런 노고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서점에선 별 한 개와 번역에 대한 모진 소리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기에, 나는 번역에 관한 한 너그럽게 이해하고 읽는 편이다. 

 

  그러나 엠 대시 테러에 처음으로 번역 탓을 하던 와중 비문학 도서를 읽을 때마다 익숙하게 접하는 저자 노승영씨가 번역에 대한 글을 썼기에 읽어보았다. 잠시 번역 탓을 했던 나의 마음을 누그러뜨려 보자는 취지다. 

 

  이 책은 번역자 노승영씨와 박산호씨의 공저로 번역가의 삶, 직업에 대한 태도를 세세하게 전달해준다. 번역은 단순히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꾸는 일이 아니며, 번역가가 하는 일은 마치 장인처럼 언어와 언어의 접촉으로 언어를 넓혀가는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노고에도 불구하고 책에서 언급한 번역료 문제는 의외인 측면도 있었다. 초보와 대가가 받는 번역료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생계를 위한다면 어려운 책이 아닌 쉬운 책을 빠른 시간이 많이 번역하는 것이 이득인 사실은 다시 한번 번역에 대한 불평에 입을 다물게 했다. 번역료를 지급받지 못하거나 불규칙하게 지급받는 일은 번역가들이 늘어나기 위해선 개선돼야할 일로 보였지만 애초에 쪼그라드는 도서 시장에서 더 많은 책의 번역, 양질의 번역, 많은 번역가가 있는 것이 바랄 수 있는 일일까 싶기도 하다. 그저 번역자들의 직업정신에 고마움이 담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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