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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간결한 감상

왜 제1차 세계대전은 끝나지 않았는가, 로버트 거워스

by 권열 2021. 2. 18.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사이의 일은 전쟁의 종결과 밀어닥친 대공황, 파시즘의 부상, 다시 시작된 전쟁으로 간단히 나열된다. 물론 전쟁 종결 이전 시작된 볼셰비키 혁명 또한 중요성을 가지며, 이 혁명의 흐름이 유럽으로 이어진 점, 제국의 붕괴를 꼽을 수 있겠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의 종전은 제2차 세계대전이 열리기 전까지 유혈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던 암울한 평화의 시기인 듯 착각을 준다. 실제로 승전국인 연합국 위주로, 그중에서도 영국, 프랑스, 미국의 시각에서 역사를 서술한다면 그러할지도 모른다. 상처뿐인 승리였지만 그들에게는 승리를 얻어냈다는 점에서 전쟁을 정당화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패전국의 시각에서 다시 이 시기를 바라보면 어떨까. 패전국들은 전쟁을 정당화할 수 없었다. 제국의 붕괴는 민족주의와 신생국의 부상으로 이어지고 이 과정에서 전쟁은 끊이지 않았기에 ‘종전’은 승전국의 시각이 된다. 1918년에서 1923년 사이 동유럽, 중유럽, 남동 유럽 국가들은 ‘대참사’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의 끝없는 폭력이 이어졌다. 폴란드-소비에트 전쟁과 그리스-터키 전쟁처럼 국가 간 영토 전쟁의 형태를 띨 때도 있었고, 러시아, 핀란드, 헝가리, 불가리아, 독일 일부 지역처럼 사회 혁명인 내전의 형태를 띠기도 했으며, 핀란드나 발트 3국처럼 민족 혁명의 형태를 띠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민족주의 부상은 이질적 분자들에 대한 학살을 낳았다. 동질적 민족 공동체를 수립하기 위한 종족 학살, 강제 이주, 추방 등으로 난민이 생겼고, 이러한 인종청소란 이름의 폭력의 사이클은 제2차 세계대전의 홀로코스트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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