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뉘른베르크 재판과정과 홀로코스트 피해자인 저자의 외할아버지 가족, 그리고 나치 독일인 한스 프랑크의 기록을 탐정소설처럼 추적해나가듯이 다룬다.
글의 시작은 저자의 외할아버지 레온으로 시작한다. 그가 태어난 곳은 현 리비우로 이곳은 폴란드, 오스트리아, 러시아 등 지배자가 달라졌고 그때마다 지역의 명칭이 달라졌다. 명칭뿐 아니라 개인은 달라지는 국가에 의해 휘둘리고 만다. 레온의 경우 오스트리아 국적 대신 폴란드 소수민족 보호조약에 의해 갑자기 1919년 폴란드 시민이 되고, 폴란드 외교부 장관이 이 보호조약을 포기한다고 선언하자 무국적자가 돼버린다. 당시의 국제법은 국가가 자국 내 시민을 어떻게 다루든 상관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연합국 주축으로 열린 뉘른베르크재판에서 국제법은 달라진다. 이때 관여한 두 인물 라우터파하트와 렘킨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레온과 같은 리비우에 살았던 인물로 둘은 같은 법대, 같은 교수 밑에서 공부했다. 그러나 나치 혐의에 대한 둘이 가리키는 죄목은 달랐는데 라우터파하트는 ‘인도에 반하는 죄’이고 렘킨은 ‘제노사이드’이다. ‘인도에 반하는 죄’는 개인을 보호하는 것이고, ‘제노사이드’는 나치가 저지른 범죄 특성상 특정 집단을 학살한 동기와 의도를 드러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를 라우터파하트는 우려하는데, ‘제노사이드’를 강조하면 도리어 민족 중심주의를 강조하게 되어 집단 갈등을 키울 수 있으며, 개인이 어느 집단에 속하던 개개인을 보호해야 하는 것을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뉘른베르크 재판은 결국 ‘제노사이드’가 아닌 ‘인도에 반하는 죄’를 판결에 포함했으며, 이로 인해 개인이 ‘모든 법의 궁극의 단위’이자 국가를 초월하는 것으로 처음 인식되었다. 뉘른베르크 재판 이후에 제노사이드 역시 국제형사재판소에 인도에 반하는 죄와 마찬가지로 유죄판결 죄목에 쓰이고 있다. 오늘날 당연시하는 개념과 정의가 당대에는 치열한 논쟁으로 비롯된 흐름을 살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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