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09>로 시작한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는 매해 베스트 셀러에 이름을 올린다. 이 시리즈는 매해 소비패턴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것이 목표이다. 새로운 십 년 단위 시작인 해를 맞이하여 <트렌드 코리아 2020>을 읽었다. 현 시장은 일반인의 눈으로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화, 세분화 되었기 때문에 전문가의 분석 측면에서 최근 이 시리즈는 과거보다 더 유용하다.
책은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된다. 2019년을 키워드를 추려 진단한다. 2020년 마찬가지로 키워드를 뽑고 예측한다. 19년과 20년은 해가 바뀌어도 한 해이다 보니 키워드는 다르지만 연속되는 부분이 있었다. 가령, SNS 이용은 2019년 진단엔 컨셉을 연출하는 시장에 ‘인증’의 형태로 내보이는 소비자 경향으로 언급되었고, 2020년 예측인 ‘멀티 페르소나’에선 사람들이 한 SNS 계정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부계정을 사용하여 인간 정체성의 분열과 다원화의 예시로 활용된다. 빅데이터 역시 현재 활용하는 기술에서 2020년엔 초개인화 기술의 맞춤으로 발달의 연장선에 해당한다.
책 제목이 2020년이니만큼 책의 절반을 할애하는 작년 분석보다 새해 예측이 더 흥미롭다. 특히 ‘멀티 페르소나’’와 ‘라스트핏 이코토미’ 부분이 그러하다. 저자는 현대인은 다양하게 분리되는 정체성을 갖기 때문에 그때그때 해당하는 소비를 보여준다고 주장하며 ‘멀티 페르소나’라고 명명한다. 이는 한 사람이 한 상품에 대해 상황에 따라 저가와 프리미엄 구매를 모두 할 수 있다. ‘라스트핏 이코토미’에서 저자는 요즘 소비자들은 제품 자체의 성능보다 제품과 직접 맞닿는 지점의 만족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지적한다. 구매한 제품의 상자를 개봉하는 ‘언박싱’과정을 근거로 든다.
<트렌드 코리아 2020>은 소비에 관련하여 이전과 다른 접근법을 제공해 준다. 수많은 기사는 1인 가구의 변화에 대해 “기업들이 1인 상품 출시로 대응하고 있다” 까지만 간략히 설명한다. 하지만 책은 1인 가구의 특징이 단순히 1인 상품만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님을 설명해준다. 즉, 이전 세대 구성원과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소비 형태가 전혀 다른 것이다. 예를 들어, 1인 가구는 구성원 혼자가 경제 참여인이므로 집안일에 해당하는 면에선 편의성, 시간 최소화가 가능한 물건들을 살 가능성이 크다. 구매 상품뿐만 아니라 배송 선택까지도 이전 구성원과는 다르게 선택할 것이다.
책은 기업과 소비자 둘 다의 시각을 갖추게 해준다. 보통은 소비자 입장에서만 소비 행태를 바라보게 된다. 빅데이터 수집은 한순간도 소비의 덫에서 피하기 어려운 곤란함을 준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 빅데이터를 기업에서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여 소비시장을 개인별 맞춤으로 타겟할지 알게 되었다. 또한 기업 입장에서 요즘 소비자는 전보다 더 까다롭고 더 변덕스럽다. 착한 기업/나쁜 기업 선별이 가능하니 조심해야 한다. 상품 자체로 끝이 아니라 포장과 배송까지 만족감을 줘야 한다. 결국 시대가 흐를수록 복잡하고 신경 쓸 일이 많아지는 건 소비자나 기업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책은 사회 현상을 기반으로 소비를 ‘진단&예측’ 하므로 한편으로 현시대를 진단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실제로 멀티 페르소나에선 <나와 타자들>(이졸데카림, 2019)의 ‘3세대 개인주의’를 인용한다. 하지만 소비에 국한되는 진단엔 어느 정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편리미엄’을 예측하면서도 이를 제공하는 플랫폼 노동에 대해 안전 문제만 우려할 뿐, 플랫폼 노동 시장에서 노동자 보호가 이뤄지지 못하는 현 실태에 대해선 말해주지 않는다. 제목 그대로 ‘소비’에 집중한 진단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소비’로만 이 책을 읽어가기엔 책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말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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