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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서평

르네상스의 마지막 날들, 시어도어 래브

by 권열 2020. 5. 19.




  『르네상스의 마지막 날들』은 르네상스 시대의 종결기에 주목한다. 저자는 역사를 바라보는데 시대 구분과 시대의 종결기를 파악하는 것이 특정 시대의 핵심적인 특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이는 제리 브로턴의 『르네상스』에서 르네상스를 중세의 연장선으로 강조했던 것과 차이가 있다. 『르네상스의 마지막 날들』은 각 시대의 통일적인 구조와 가치를 살펴 대조하는 형식이므로, (1) 중세의 통일적 요소 (2) 붕괴 (2) 르네상스 탄생과 통일적 요소 (3) 붕괴 (4) 근대의 탄생과 통일적 요소 순서로 구성되어있다. 이 중에서 르네상스의 붕괴는(3) 책의 핵심이므로 세세하게 다루었다. 

  중세의 통일성을 저자는 교회, 전쟁, 농노의 예속상태, 도시의 구조, 정치와 법과 사회의 교차점인 5개로 나누어 보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세의 가장 큰 응집력은 교회라고 강조한다. 교회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 교육과 문화, 예술에 주요한 영향을 주었고 무엇보다 통치자들에게도 권위를 주는 막강한 것이었다. 그러나 흑사병과 화약은 중세의 통일성을 붕괴시켰다. 흑사병은 노동시장의 자유를 주어 농노를 해방했고, 이는 공국의 힘의 균형을 중앙 통치자로 이동하게 했다. 화약 무기는 큰 비용이 필요하기에 이 또한 중앙 통치로 권력을 집중시켰다. 교회의 권위는 무너지기 시작했고 세속국가에 전처럼 영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학문과 예술에선 기존의 개념을 부정하고 고대로부터 회귀하여 재창조하는 르네상스가 시작되었다. 

  새로운 시대, 즉 르네상스의 새로운 통일성이 나타났다. 화약으로 촉발한 국가형성은 기존의 영주, 교회, 귀족의 경쟁자들을 격파하고 그들을 관료체제의 지도적 위치로 흡수했다. 기술의 발전은 국가의 해외 정복을 본격화하여 식민지 수탈 경쟁에 뛰어들게 했다. 자본주의의 탄생도 르네상스의 시기였다. 도시화, 노동 분업, 자본주의적 사고방식 등이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르네상스의 명칭처럼 과거로의 전향이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페트라르카의 과거지향적 개혁 요구는 교육과 문학, 예술, 종교, 정치사상 등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예언, 연금술, 마술과 같은 문화는 공적인 영역에도 영향을 줄 정도로 세력을 얻고 있었다. 

  하지만 르네상스의 통일성도 곧 붕괴를 맞이한다. 주요 요소는 사람들로부터 만연한 ‘불안감’과 ‘두려움’으로 볼 수 있다. 인구의 급격한 증가-감소와 동반된 경기침체로부터 온 불안과 30년 전쟁에서 본 화약과 신무기의 파괴력은 전쟁에 대해 큰 불안감을 주었다. 종교개혁으로 인한 혼란과 폭력적 상황으로 이어지는 두려움, 옛것과 새것이 충돌하여 진리의 확실성이 사라지는 불안감 등 전 범위에 걸쳐 상황은 불안감을 주었다. 사람들은 통일성과 확실성을 얻고 싶었고, 무엇보다 안정을 추구했다. 이에 따른 결과 중 하나로 1648년 최초의 국제적 평화조약인 베스트팔렌조약이 체결되었다. 

  새로운 통일성을 찾으려는 시도가 시작된다. 정치의 장에선 중앙 정부의 견고한 확립이 이뤄지고, 베스트팔렌 조약은 1차 세계 대전 때까지 유럽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특히 이 시기에 반전 정서가 만연해졌다. 이는 회화에서 가치관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데 전처럼 전쟁과 전사를 묘사할 때 영웅주의는 사라지고, 전쟁에 대한 반대, 전쟁으로 인한 파괴와 상실을 그렸다. 또한 초자연적 ‘미신’에 대한 의존은 사라지게 된다. 더는 공적인 영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합리주의로 인해 문화와 사상이 변화하기 시작한다.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과학혁명이었다. 이는 고대가 더 우월하다는 르네상스적 믿음을 결정적으로 무너뜨렸다. 불확실성을 종식하려는 문화와 폭발적으로 쏟아나오는 논문들은 새로운 사상을 수용하게 했으며 ‘진보’라는 근대적 개념이 제안되기 시작했다. 즉, 르네상스의 가치는 붕괴하고 모든 것에서 혁명적인 혁명의 시대인 ‘근대’가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근대의 통일성 역시 영원할 수 없는 법, 우리는 혼란스러운 세상 안에서 새로운 시대의 가치를 원한다.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현시대를 과거의 거울로 비춰볼 수 있음으로, 우리는 르네상스의 마지막 날들을 통해 현재와 미래에 대해 탄력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혼란에 대해서도 객관적으로 살피며 다가올 새로운 가치관에 대해서도 거부감없이 바라볼 수 있는 태도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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