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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서평

착취도시, 서울 / 이혜미

by 권열 2020. 8. 11.

 

  한국일보 기획 기사 주거 3부작 중 <지옥고 아래 쪽방> <대학가 신쪽방> 보도에 대한 뒷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주거 3부작을 취재한 뒷배경과 주거라고 말하기 어려운 공간에서 삶을 사는 이들의 삶을 파고들어 본 것이 인상 깊다. 이는 기자 자신이 빈곤과 투쟁한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단순한 탐사 보도가 아닌 그 너머의 것, ‘가난’과 ‘착취’라는 큰 줄기를 건드린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 시끄러운 이 시점에서 책은 주거의 진정한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주거라는 필수 불가결한 삶의 조건이, 또 하나의 비즈니스가 되는데 그 대상이 빈곤층이라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폐가에 가까운 건물의 수리는 당국의 세금으로 하고, 세입자에게 받는 면적 대비 월세는 강남 타워팰리스 월세의 수배에 이르는 쪽방, 그 이면에서는 세를 모은 건물주들이 빌딩을 세우고도 남을 부를 증식하는 이 황당한 상황 (p.48)’

‘한 발짝 헛디뎠다간 노숙 신세로 전락하는 극빈층의 취약한 지위를 이용해 임대인으로서의 의무를 내팽개쳤다. 세상에 쫓겨나는 것보다 더 큰 공포가 없는 쪽방 주민들은 법적으로 부여된 ‘주거권’을 주장하지도 못하고, 입도 벙긋 못 한 채 울며 겨자 먹기로 알아서 고치는 법을 택한다. (p.64)’

  뿐만 아니다. 청년을 향한 원룸 사업은 기숙사 신축까지 반대하는 극심한 이기적 착취 행태를 보여준다. 주거 빈곤율이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유일하게 상승하는 것은 청년 세대다. 게다가 그들에게 할당되는 원룸 평수는 90년대 7평에서 현재 4.2평, 3.6평까지 줄어든 채로 제공된다. ‘청년 피 빨아먹는 임대업자’라는 말이 잦아지는 건 세태를 반영한 적절한 단어이다. 
 
  착취 대상이 약자라는 것은 사회 구조적 문제다. 청년의 경우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라는 이유만으로 구조적 병폐를 자연스러운 것, 개인의 것으로 떠넘기는 것은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이혜미 기자의 기사 이후 ‘아동 주거권 보장 등 주거지원 강화 대책’에 정책적 방안이 포함되었지만, 기자의 말처럼 도시 빈민에게 들어가는 세금에 대한 반발을 막기 위해 ‘아동’을 앞세울 수 밖에 없는 시대의 인식은 허탈하다. 누군가의 부를 위해선 누군가가 착취당한다는 사실. 그러므로 소외된 빈자에 대한 관심이 필요할 때다.

(책의 배경이 된 한국일보 기사를 링크한다.)

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4181641056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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